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군 생활 중에 몇 번은 들었던 말이고, 또 몇 번이나 되뇌었던 말이다. 군대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며 계급이 올라가고 곧 제대할 날이 올 것이니 참고 기다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패스트트랙 사건 이후 국회가 공전되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그치지 않고 진행 중이며, 내년 4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시각을 맞춘 정치권 시계는 오늘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정치권 시계 또한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계가 돌아가면 실적을 내야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다. 내년 4월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을 적어도 분 단위로 쪼개서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알뜰하게 잘 활용한 정치인들이 내년 4월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여의도로 입성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과는 다르게 202239일에 시각을 맞춘 정치인들의 움직임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준비하는 여야의 정치인들은 각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환경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선다면 당선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기에 그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당장의 차기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나 지지도 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치고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 환경을 내년 총선에서 격전지 혹은 불모지에서 살아남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당의 위기상황을 구해내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냄으로써 그 기회를 얻고자 한다. 어떤 사람은 진영 내의 총체적 정치 불신을 틈타 자연스러운 정계복귀를 노리고, 어떤 사람은 불사조처럼 자신에게 처해진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재기함으로써 정치적 기회를 넓히려고 하며, 어떤 사람은 경쟁자들이 스스로 탈락함으로써 어부지리의 결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여당에서는 김부겸, 김영춘 의원이 첫 번째 경우이고, 이낙연 총리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두 번째 경우이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세 번째 경우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는 네 번째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섯 번째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여당 내에서 경쟁하는 대선 후보자들은 이미 정중동의 피 말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자신이 가장 확실하게 앞서갈 수 있는 전략을 짜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정치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걱정이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그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해낼 여권 인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지난 1년간의 서울시 인사를 보면 서울시장을 아주 제대로 잘해보려는 욕심에 대권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무수석 자리를 정무적 고려 없이 전리품 배분하듯이 하고 있다. 자신의 대선준비는 아랑곳없다. 역시 훌륭한 인품이며, 경쟁자들이 스스로 탈락하길 기다리는 기다림의 미학의 신봉자답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스스로 탈락해서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그의 전략은 빗나갈 것이다. 모든 경쟁자가 탈락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서울시장 자리는 계륵과도 같은 것이며, 총선에 출마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총선에서 마음 놓고 자신의 사람들을 지원하기도 힘들다. 그의 사람으로 알려져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들도 이중 멤버십의 경우가 태반이다.

총선 후 당에 위기상황이 도래하면 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그 극복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래저래 박원순 시장에게는 대권도전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정치적 행보는 만만디.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신의 한 수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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