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당대표급 광폭행보가 화제다. 서훈 국정원장과의 만남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을 만났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도 만난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훑고 전략적 요충지인 PK지역을 방문한 셈이다. 이후에도 양 원장은 세종시를 거처 중부권 광역단체장과 정책업무 협약을 맺고 호남을 거쳐 대구·경북을 끝으로 전국을 한 바퀴 돈다. 여권에서는 양 원장의 이런 행보는 스타급 잠룡군을 매개로 전국을 시도별로 분할해 지역별 총선 책임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잠룡군을 통한 전국적인 단일대오를 형성해 총선 승리를 견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양비 발 그랜드 플랜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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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정철 광폭행보양비 못 만난 인사 대권주자도 아니다?”
스타급 잠룡 어벤져스 원팀구성 총선·대선 연동해 정권재창출

최근 양정철 민주당연구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취임 전부터 시작해 취임 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독대하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나 조국 민정수석과 더불어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21일에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만나고 싶어하는 국정원 수장을 만나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차 주목을 받았다.

양 원장의 광폭행보는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지난 63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명분은 서울연구원 및 경기연구원과 정책업무협약식을 맺기 위한 자리였다. 연구원은 국내외 주요 싱크탱크들과 공동 정책연구를 통해 당의 정책수립과 입법활동을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서울시와 경기도와 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과 이 지사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을 세운 경쟁자들이자 비문 잠룡이라는 점에서 만남이 눈길을 모았다. 특히 이 지사의 경우 ‘3’(양정철, 이호철, 전해철)중의 한 명인 전해철 의원과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앙금이 쌓인 상황인 데다 혜경궁 김씨건이 소송으로 비화될 정도로 친문 주류인 ‘3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 시장 역시 지난 대통령 경선 출마 전 문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원순 찍고이재명 술 한잔비문 잠룡 끌어안기

그런데 이날 양 원장은 박 시장과 만남에서 시장님은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정책의 보고이고 아이디어 뱅크라고 낮은 자세로 박 시장을 치켜세웠다. 박 시장 역시 서두를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이라는 점을 내세워 적극 협조할 것을 다짐했다.

양 원장과 이 지사의 만남은 더 극적이었다.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재판 중에 문 대통령의 아들 채용 비리의혹을 언급해 친문 주류와의 관계에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 자리였다.

먼저 양 원장은 획기적인 발상, 담대한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고 이 지사는 여기까지 일부러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자신을 한껏 낮췄다. 서로 우리 지사님”, “우리 원장님하면서 한껏 띄워준 것도 부족해 두 인사는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밤늦게까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주류이자 대통령의 복심인 양 원장과 비문 잠룡 간의 화기애애한 만남은 그 자체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뿐만 아니라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도시자도를 10일에 만난다. 김 지사의 경우 드루킹 사건이 터지기 직전만 해도 PK에서 친문 주류를 대표하는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아 구속돼 차기 대권주자로서 행보는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양 원장과 만남으로 재차 김 지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김 지사는 양 원장과 만남을 갖기 전 문 대통령과 공식 대면을 했다.

문 대통령이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창원시를 찾은 65, 김 지사와 문 대통령이 나란히 섰다. 4월 보석으로 출소한 뒤 첫 공식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해 대선 캠프 시절 수행팀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 지사는 대화 도중 무더운 날씨에 헝클어진 문 대통령의 머리를 보고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손짓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지사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머리를 정리하고 땀을 닦아내며 친분을 과시했다. 김 지사는 참여정부 마지막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엔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한풀꺾이기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최측근에다 복심으로 불린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양 원장과 김 지사의 만남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명실상부한 실세로 자리매김한 양 원장인 만큼 김 지사의 향후 행보에도 적잖은 힘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 원장은 오는 11일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정책협약식을 맺는다. 13일에는 대전세종연구원 일정이 잡혀 있다. 양 원장의 동선은 전체적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경부선과 일치한다. 다만 서울·경기·인천을 먼저 돌고 부산경남으로 내려갔다가 대전 세종으로 다시 올라오는 순이다.

경부선타고 PK 김경수 방문, 중부권 갔다 TK 종착지

지역적으로 보면 내년 총선에서 절대 질 수 없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최대 전략적 요충지인 PK,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충청 중원들을 둘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6월 중순 이후에는 전북을 방문해 송하진 전북지사를 만나 호남 광역단체장 연구기관과 순차적으로 업무협약체결을 예고하고 있다.

양 원장의 이런 광폭행보는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에 시계가 맞춰져 있다는 게 정설이다. 무엇보다 친문, 비문, 주류, 비주류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정책 네티워크를 통해 단일대오를 형성, 지지층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실제로 양 원장과 만남이후 비주류이자 비문으로 분류된 이재명 지사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중심 단일대오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 민주개혁 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는 글을 남기며 자신의 지지층과 친문 진영의 단결을 호소했다.

양 원장과 만남 이후 문 대통령 지지층과 이 지사 지지층이 온라인 상에서 서로 상대방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이 지사는 내부 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이재명과 함께하는 동지라면 작은 차이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고 자제령을 내렸다.

한동안 대권 행보와는 관계없이 시정활동에 전념했던 박 시장 또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양 원장과의 최근 회동을 비롯한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입장을 표명했다. 단지 박 시장은 총선과 연계해 양 원장과 만남을 확대해석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양 원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조국 수석에 이어 박원순, 이재명 시장 등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대통령 임기 3년이나 남았는데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총선전략의 일환이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때 청와대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는 차기 총선을 대선주자급 후보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분할해 책임지고 치르게 하자는 총선 지역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이를테면 서울은 임종석, 호남은 이낙연, 대구는 김부겸 부산은 조국 등 지역의 스타급 잠룡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총선에 임해 승리를 견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로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였다.

소문으로 그쳤던 총선지역 책임론이 양 원장이 당에 복귀하면서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당시 고민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대선 조기 과열은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었고 또 다른 점은 잠룡군 다수가 광역단체장인데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이라는 양 원장이 등장해 첫 번째 고민을 자연스럽게 해소했고 두 번째 고민은 정책 네트워크라는 명분으로 중앙당과 지역이 정책업무협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스타급 잠룡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여당의 최대 강점을 살린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잠룡들 성향을 보면 진보부터 중립, 중도보수 후보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어 서로 다른 지지층을 당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주자들이 역동적으로 정책 경쟁을 벌이고 총선에서 지지층을 민주당으로 묶어낸다면 정권 심판론에 맞서 해볼 만하다는 시각이다.

중부 박원순·이재명, 호남 이낙연·임종석, 영남 조국·김경수

수도권은 박원순-이재명 투톱체제로 정책 대결을 벌이고 전략적 요충지인 PK는 조국 수석과 김경수 지사가, 호남은 이낙연-임종석 대구·경북은 김부겸-유시민 체제로 정책 경쟁을 통한 조기 대선경쟁을 일으킨다면 황교안 대표만이 유일무이한 대안인 한국당에 맞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양 원장은 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총선 결과에 따라 최대 공로자에게 친문 주류가 힘을 실어주고 나머지 잠룡군이 측면 지원을 해 단일대오를 형성, 대선 전까지 유지한다면 재집권 역시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기존 친문 주류가 차기 대권은 우리진영에서 거머쥐어야 한다는 친문 패권주의가 희석화되고 친문 비문 가리지 않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민주당 후보가 되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으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실제로 양 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에게 총선 승리는 대의 앞에서 국민 앞에 겸허하게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양 원장의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광폭행보에 원내 제1야당인 한국당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문주연구원장’, ‘궁중정치라고 공격했다. 여권내 에서도 친문 패권주의가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쌓이고 있다. 하지만 치밀한성격의 정권 코디네이터인 양 원장의 광폭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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