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진 국가를 막론하고 대통령 중심제 나라에서는 대통령 개인의 개성에 따라 집권 주변인물들의 색깔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체로 집권초기에 그러한 실세색깔은 독특하게 드러난다. 한국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하에서는 더욱 뚜렷하다.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는 항일독립투사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였다. 부통령으로부터 요직은 대부분 독립운동가들로 채워졌다. 박정희 정권 때는 5·16쿠데타 때 총을 함께 빼든 군인들이 집권실세로 배치되었다. 소령 계급장만 달았어도 장관으로 들여앉혔다. 그 후 전두환 대통령이나 노태우 대통령도 12·12쿠데타 때 박정희와 똑같은 소장 출신으로서 군출신들을 권력실세로 모아들였다.김대중 대통령은 좀 특이했다. 그는 권력 주변인물들을 진보적 좌파와 보수적 우파로 혼합편성함으로써 양면적 이중성을 보였다. 특히 그는 대북 및 안보분야에는 보수적 인물들을 앞줄에 세워 놓고는 실제 뒷전에서는 자신이 직접 친북유화쪽으로 끌고가는 더블플레이를 했다.김대중 정권 노선을 승계한다고 공언한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내놓고 주변 인물들을 진보적 좌파로 채웠다. 그는 권력실세로 반체제운동에 참여했던 인물들이거나 장년·노년 세대라 할지라도 운동권 성향의 전문지식을 갖춘 재야 인물들을 포진시켰다.노무현 정권은 그와 같은 실세들의 기존질서 거부 성향과 경험부족의 햇내기성 때문에 출범 4개월이 지나도록 ‘갈팡질팡’하고 ‘우왕좌왕’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노 정권 집권세력을 ‘아마추어’ 집단이라고 규정한다.하지만 청와대측은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라고 펄쩍 뛰었다.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월1일 아마추어를 “신선하고 새로움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청와대 보좌진이 “관료가 아니라고 해서 아마추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정했다. 그는 이어 “이제 관료가 필요없다. 전부 프로가 앉아 있다”고 주장했다.그의 주장논리야 말로 프로 아닌 아마추어적이다. 그는 청와대 보좌진이 전부 ‘프로’라고 했는데 프로의 뜻을 혼동한 것 같다. 프로는 전문적 직업인, 전문가, 기존전문가, 직업선수 등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청와대 보좌진에는 여기에 해당하는 전문적 직업인이 거의 없다. 청와대 수석 비서진과 보좌관을 제외한 38명의 비서관 중 행정부 경력을 거친 사람은 단 둘 뿐이라고 보도되었다. 운동권 출신, 386 세대, 투옥경력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비록 ‘신선하고 새로움을 준비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결코 프로에 해당하는 전문가 또는 전문적 직업인이 아니다. 비전문적인 아마추어임이 틀림없다.적어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프로여야 한다. 반드시 관료 출신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공직의 경험을 풍부히 쌓았어야 한다.‘신선하고 새로움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아마추어라고 했는데, 매우 헷갈리게 하는 표현이다.‘신선하고 새로움’을 만들어내려면 전문적인 지식이나 원숙한 경험을 토대로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전문적인 지식이나 원숙한 경험도 없이 ‘신선하고 새로움’을 만들어낸다고 철없이 설치다간 기존의 잘 되어있는 것까지 뒤엎어 국정을 혼돈으로 빠뜨릴 수 있다. ‘못난 송아지가 엉덩이에 뿔 난다’는 금언을 상기케 한다. 노무현 정부가 ‘우왕좌왕’ ‘갈팡질팡’ ‘개혁대신 개악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는 연유도 아마추어들이 ‘한건’ 하고자 하는 과욕 속에 깊은 사려 없이 급조해낸 설익은 개혁과 국정혼란 때문이다.참다못한 민주당 내 양심세력은 노무현 권력주변의 아마추어에 대해 쓴 소리를 토해내곤 한다.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의 보좌진들에게 “헌법부터 특강하라”고 타일렀다. 함승희 의원은 ‘폐쇄적’이고 ‘전투적’인 ‘진보주의’는 수구주의보다 더 나쁜 폐단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아마추어들이 급조해내는 폐쇄적이고 전투적인 개혁은 이미 ‘수구주의보다 더 나쁜 폐단’을 야기시켜 국정을 혼란으로 몰고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노 대통령이 아마추어의 ‘폐단’과 이들의 혼돈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길은 이들을 철저히 교육시키거나 대체하는 방법밖에 없음을 적시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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