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로 나설지 검토 중, 항공사 있다보니 관심 없을 순 없어"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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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애경그룹이 삼성증권 등과 접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격과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인수자로 나설지 말지 검토 중이다. 항공사가 있다 보니 관심이 없을 순 없어서"라며 인수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제주항공 설립부터 관여했을 정도로 항공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는 눈여겨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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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막대한 부채가 애경그룹으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애경그룹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AK홀딩스의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약 1조3833억 원이다.

7조 넘는 부채 부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은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 사이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기준 부채는 7조원이 넘어선 상황이다. 애경이 인수에 나선다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떠안아야하기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덫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로선 애경그룹에 관심을 갖는 사모펀드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애경그룹이 자금력에서 밀리는데, 인수전에 뛰어들게 되면 애경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를 모집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채형석 부회장이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인수를 강행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채 부회장은 2006년 제주항공 설립 당시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가항공 시장에 진출해 제주항공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채 부회장은 2009년 재무구조가 악화해 면세점과 제주항공 중 하나를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제주항공을 선택하는 대신 면세점을 롯데그룹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9964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조2594억 원까지 성장하며 1조원 시대를 열며 애경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발돋움했다. 설립 10여년 만에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로 자리매김했다.

인수시 대형항공사 발돋움

제주항공은 올 1분기에도 별도기준 매출 3913억 원, 영업이익 57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8% 증가했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1012억 원을 기록했다.  이스타항공(53억 원), 티웨이항공(478억 원), 진에어(630억 원) 등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우위다. 보유항공기만 40대로 LCC 업계 중 가장 많다.

국적 대형항공사가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 만큼 채 부회장으로서는 1등 저비용항공사를 보유한 애경그룹이 대형항공사(FSC)로 영역을 확장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하는 것으로 열려진다. 

업계의 분위기도 좋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자사가 보유한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인수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인 제주항공을 보유 중인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아시아나 노선을 확보하면 국내 항공업계 선두 자리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해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음으로써 인수를 공식 부인했던 경쟁 후보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모펀드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사모펀드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투자하는 만큼 높은 부채비율과 유가로 인한 수익 변동성이 큰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에 뛰어들지 지켜봐야 한다.
매물 이후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른 SK와 한화, 롯데, CJ 등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항공업계는 이들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후보군이라며 이들의 행동을 주목한다.

자구안 받아들여지지 않아

한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남게 된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4월 1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대한 담보설정 등을 조건으로 5000억 원을 신규 지원해 달라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한때 박삼구 회장의 동생이자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징이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는 지난달 17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며 "건실한 대기업이 인수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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