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들의 대선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2000년 총선에서 주저앉았던 나를 여러분이 다시 일으켜 세워 이렇게 대형사고(대선승리)를 치고 말았다. 여러분은 나와 함께 사고를 친 공범이니, 앞으로도 그 책임을 같이 나눠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취임한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대선 때 ‘대형사고’를 친 일부 측근들이 연이어 ‘대형사고’를 치고 있어 걱정이다. 그들이 치는 ‘대형사고’는 ‘주저앉았던’ 노 대통령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일어선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는데 심각성이 따른다.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국가 전략연구소 부소장의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혐의와 튀는 발언들,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주)굿모닝시티 건축허가 로비혐의와 200억원 대선후원금 폭탄발언, 대선 당시의 ‘돼지 저금통(희망돼지) 모금’액수의 부풀리기 탄로, 청와대 젊은 보좌진 가족들의 소방헬기 새만금 유람, 양길승 대통령 부속실장의 술집 향응과 그에 대한 청와대측의 감싸기 등이 그 ‘대형사고’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대선을 위해 적극 뛰어준 측근들과 “앞으로도 그 책임을 같이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한대로 그들에게 힘세고 물좋은 자리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중 일부는 국법을 어기고 도덕성을 실추시켜 나라의 기강과 권력핵심의 신뢰도를 망가뜨리고 있다. 하지만 권력의 핵인 청와대측은 대선 유공자들과 권력은 ‘나눠’가졌으면서도 그들이 법적 도덕적 ‘대형사고’를 쳤을 때 그것에 대한 책임추궁과 징계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역시 ‘주저앉았던’ 노무현씨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사람들이기 때문에 봐주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케한다. 청와대측의 ‘제식구 감싸기’, 음모론으로 덮어씌우기, 반성없는 책임 떠 넘기기 등이 지난 5개월 동안 선명히 드러났다는데서 그렇다. ‘제 식구 감싸기’는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을 통해 고전적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공개돼 안희정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노 대통령은 대뜸 “안희정씨는 오래 전부터 나의 동업자이자 동지였다”면서 “나를 위해 일했고 나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고 있다”고 TV를 통해 공언했다. 이 공언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 대통령이 ‘나의 동업자’니, 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느니, 한다는 것은 수사상에 봐주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걸 잘 알고 있을 변호사 출신 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데는 필시 연유가 있었다. 안씨는 ‘주저앉았던’ 노씨를 ‘일으켜 세운’ ‘공범’들 중 하나이기 까닭에 봐주고 싶은 의도 표명 또는 의리 표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식구 감싸기’ 그런 것이었다. ‘제식구 감싸기’는 양길승 대통령 부속실장의 나이트 클럽 향응 ‘사고’ 처리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양씨가 충북 청주에 내려가 향응을 받은 것은 6월28일 이었다. 청와대측은 7월 초순 양씨에 대해 ‘간단한 조사’만 받고 구두 주의 조치로 끝냈다. 그랬다가 양씨의 향응 장면이 한 달 후인 7월31일 밤 SBS 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뒤늦게 이 ‘대형사고’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보다 앞선 청와대 젊은 보좌진 가족들의 소방헬기 새만금 유람 사건 당시에도 청와대는 주의조치로만 덮었다가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사표를 받았다. 줄줄이 드러난 ‘제식구 감싸기’흔적이다. 음모론으로 덮어씌우기는 양길승 향응 언론보도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의 음모론 제기를 통해 드러났다. 양씨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건 또 다른 음모론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내 탓이 아니고 네 탓이란 빗나간 발상의 소치였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의 ‘제식구 봐주기’와 남의 탓 음모론 제기는 그들이 빚어낸 ‘대형사고’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는다는 속성을 드러냈다. 그 대신 노 대통령은 언론만 탓한다. 대선 유공자들끼리 코드에 맞춰 권력만 ‘나눠’ 먹고 책임은 지지않는 행태이다. 저같이 대선승리의 ‘대형사고’를 친 ‘공범’들에게서 ‘참신한 개혁’과 ‘공정한 국가경영’을 기대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은 ‘주저 앉았던’ 자신을 ‘일으켜 세워준’ ‘공범’들만의 대통령이 아니요, 4,800만의 대통령임을 먼저 생각해야 함을 적시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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