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게임 이용하면 시간 빠르게 차감하는 PC방들

[사진=황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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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게임 강국’ 대한민국에서 PC방은 가장 거대한 이용 층을 보유한 놀이 문화 중 하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PC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수요가 많은 만큼 공급도 넘친다. 올해 초 국세청이 발표한 ‘2019년 2월 말 기준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 2월 기준 전국 PC방 숫자는 1만464개에 달한다. 이 같은 ‘PC방의 홍수’ 속에서 각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컴퓨터 사양을 최고급으로 업그레이드하기도 하고, 음료수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PC방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현수막과 전단지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된다. 그런데 적지 않은 PC방이 실제로 적용하고 있으면서도 홍보는 하지 않는 비밀이 있다. 바로 ‘시간 차감’ 기능이다.

실제 시간 재보니…1시간 결제했는데 54분밖에 이용 못해
PC방 알바생 “유료 게임 시간 차감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기자는 지난 3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PC방을 방문했다. 3천 원의 요금을 내고 2시간을 충전한 뒤 자리에 앉아 웹 서핑을 하며 1시간가량 시간을 측정했다. 시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줄어들었다.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실행했다. 다시 시간을 측정하자 약 54분 만에 이용 시간이 종료됐다. 10%가량의 시간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것이다. 혹시나 해서 다시 1시간을 충전한 뒤 이번에는 ‘오버워치’를 이용해 봤다. 역시 1시간이 채 안 돼 컴퓨터가 자동 종료됐다. 기자가 충전한 시간과 실제 플레이 시간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에게 해당 사실에 관해 문의하자 “사장님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PC방들이 무인 포스기를 도입하며 요금 결제와 시간 충전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아르바이트생은 웬만하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 차감 겪은 적 있다”

그러나 PC방의 시간 차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시방 이용 시간이 너무 빨리 줄어들었다’, ‘2시간 충전했는데 1시간 50분이 채 안 돼 컴퓨터가 꺼졌다’는 불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평소 PC방을 즐겨 방문하는 대학생 최모(22·남)씨는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놀러가며 게임하느라 정신없어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혼자 갔을 때 (시간 차감을) 겪은 적이 있다”며 “시간이 결제한 요금보다 빠르게 줄어드는데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이모(20·남)씨 역시 “PC방이 시간을 차감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면서 “돈을 내고 이용하는 손님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다른 아르바이트생 역시 시간 차감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남·26)씨는 “일부 PC방에서 시간을 더 빨리 흐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로 유료 게임을 이용하는 회원에 대해 시간을 차감한다”고 설명했다. 유료 게임을 이용할 경우 자동으로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유료 게임은 PC방 업주가 게임사에 돈을 지불하고 일종의 멤버십을 획득해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게임을 말한다. PC방 혜택이 있는 대다수의 게임은 유료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C방 손님들이 이용하는 게임은 대부분 유료 게임이다. 이 때문에 업주 입장에서는 멤버십 가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업주들은 매달 게임사에 지불하는 돈을 메우기 위해 손님들의 이용 시간을 차감한다. “게임사에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이용 시간을 적게는 5%에서부터 많게는 20%까지 차감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기본 이용 요금이 저렴한 PC방일수록 시간을 차감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내 문구는 어디에…

기자는 4일 다시 다른 PC방을 방문했다. 이 PC방의 아르바이트생은 “시간이 차감되는 게임이 있느냐”고 묻자 “모든 유료 게임은 시간이 차감된다”고 대답했다. 다시 “해당 내용에 관한 안내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묻자 “로그인 화면에서 보실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로그인 화면을 확인하자 하단에 조그만 글씨로 ‘유료게임 이용료는 별도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행법상 업주들은 유료 게임 시간 차감 사실을 손님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PC방에서 어떤 게임이 유료고, 얼마나 차감되는지 알려주지 않아도 시정조치를 받지 않는 것이다. 과거 PC방을 운영했던 박모(43·남)씨는 “유료게임 시간 차감은 PC방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며 “PC방을 자주 이용하는 손님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업주들이 구태여 일반 손님에게까지는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금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끼는 업주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유료게임 시간 차감”이라면서 “업주도 먹고 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소 사용 시간 설정’은 무엇?

일부 PC방에서는 유료 게임 시간 차감 외에도 ‘최소 사용 시간’을 설정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사용 시간은 PC방에서 일정 시간 이상 사용을 안 하고 컴퓨터를 종료하면 남은 시간이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최소 사용 시간을 1시간으로 설정해 놓은 PC방에서 3시간을 충전한 뒤 10분을 사용하고 종료할 경우, 남은 50분은 사라지고 2시간만 남는 식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최소 사용 시간 이하로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PC방 업주들은 이 역시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 씨는 “시간을 저장해두고 짧게 이용한 뒤 가버리는 손님이 많았다”며 “업주 입장에서는 수익이 전혀 안 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다만 그는 최소 사용 시간 설정을 손님에게 고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단골 장사’인 PC방 손님과의 신뢰는 필수

앞서 말했듯 현재 PC방들의 유료 게임 차감이나 최소 사용 시간 설정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다만 대다수 PC방이 ‘동네 단골’ 장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행태는 아쉬움을 사고 있다. PC방을 이용하는 손님과 업주 사이의 신뢰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차라리 양해를 구하고 요금을 올리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낫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유료 게임 시간 차감에 대해 확실한 고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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