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계층간 갈등, 이익집단간 대결, 좌파와 우파간의 대립 등으로 살벌하고 불안하기 그지 없다. 이유는 해당 집단간의 알력에 기인하지만, 근원적으로는 한국인의 마음속에 잠재해있는 계층간의 적대의식과 상호불신에 연유한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나 보다 돈 많고 잘 사는 사람을 우러러 보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 대신 그들을 검은돈과 부정의 인물로 간주한다. 정부나 사기업의 높은 직위에 오른 사람은 아첨, 뇌물, 지연, 학연의 요술사로 경멸된다. 그러다보니 돈과 직위를 가진 사람들은 도매금으로 ‘민나 도로보(전부가 도둑놈)’로 간주된다. 도리어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깨끗한 인격체이며, 사회적 부정과 부조리의 희생자이고 동정의 대상자로 띄우려는 경향 마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몹쓸 인간도 있지만, 성실하고 정직한 인격체도 많다. 그런가하면 실패한 사람들속에는 훌륭한 인격 소유자도 있지만, 게으르고 무책임하며 나약한 자들도 적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자를 일방적으로 부도덕시하고 낙오자를 선으로 띄운다는 것은 가치기준의 혼란을 초래한다. 그렇다고 낙오자를 천대해도 반발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선과 악의 기준은 사라지고 오직 계층간의 상호 대결과 갈등만 조성하게되며 계급 투쟁의식까지 심화시킬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위계질서 파괴와 계층간 갈등격화는 그같은 성공과 낙오자에 대한 가치기준과 인식의 혼돈에 기인한다.이같은 가치기준의 혼돈이 고쳐지지 않는 한, 고질적인 노사간의 적대감, 정부와 사회 및 기업 지도층에 대한 경멸과 불신, 국민 상호 계층간의 갈등과 대립, 국가 통치권에 대한 폭력적 저항, 준법정신 해체 등의 악순환은 결코 치유될 수 없다. 계층간 적대감과 투쟁의식 치유에는 두 가지 처방을 떠올릴 수 있다.하나는 잘나가는 기득권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자리잡은 사람들 중에는 부정한 요술로 축재하고 높은 직위로 기어오른 몹쓸 인간도 있다. 하지만 그들중에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절약하면서 살아온 사람들로서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는 인물들도 많다.기업인으로 종사하면서 세금은 꼬박 꼬박 정직하게 내고 자신은 절약하면서도 근로자들의 임금은 후하게 지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관이나 민의 상위직에 있는 사람들도 공을 위해 사를 희생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산업국가에서는 빌 게이츠 등 기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천재요, 실력있는 사람이라고 추앙한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 이 처럼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상대를 존중할 때 만이 그 사회는 안정되고 상호 신뢰하는 기풍이 선다. 그렇지 않고 서로 불신하고 경멸하며 적대시 하기만 한다면, 그 사회는 한국처럼 갈등속에 살벌해지고 계급투쟁적 대결속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사회가 선진국가처럼 서로 신뢰하고 화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의 위계질서를 존중하고 서로 믿고 화합하는 처방, 그것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등장 이후 한국 사회가 극도로 갈등대결속으로 치닫는 연유도 바로 노정권이 계층간의 대결적 투쟁의식속에 사회위계질서를 불신하고 “개혁”의 이름으로 성급히 뒤엎으려는데서 빚어진 아노미 현상이다.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처방으로서는 기득권층의 뼈를 깎는 자성, 그것이다. 돈이나 권력이 좀 있다고 해서 안하무인격이거나 부자 행세를 하려 한다면, 그런 사람은 흉물로 지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5대 재벌중 한 총수는 해외 출장 가면 호텔방에서 동행한 직원들과 석유풍로로 라면을 끓여먹었다고 한다. 필자가 미국 유학중 여름방학 때 공원으로 일했던 철물 제조업체 사장은 기계가 고장나면 자신이 기름 투성이가 돼 모두 고쳐주곤했다. 이렇게 직원과 함께하는 기업인들에게는 노조투쟁이 터져날 까닭이 없다. 한국의 계층간 적대적 투쟁의식 치유는 사회질서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각계 각층간의 상호 이해와 존중 그리고 합리적 이해절충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못할 때 계층간의 적대적 투쟁의식은 끝내 피를 불러 두 계층의 공멸을 자초할 수 있음을 덧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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