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대한민국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없고 무질서와 불안 그리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약육강식 상태로 전락된 느낌이다. 이미 17세기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가 고전적으로 정의 했듯이, 정부의 원초적 임무는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다. 그는 인간이 이기적 동물이기 때문에 정부가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 주지않는 경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엉겨붙어 싸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은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사회 계약’을 체결해 정부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해야할 첫 번째 임무는 평화와 질서 유지에 있다. 하지만 정부는 평화와 질서유지 의무를 유기했거나, 유지할 능력을 상실했음을 노정시켰다. 전라북도 부안군에서는 군수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군중에게 7시간이나 감금된채 집단 폭행당해야 했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 경찰은 국가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얻어맞기 일쑤이다. 걸핏하면 노조들의 시위로 도심지역이 마비되는 현상은 이제 불편하지만 익숙해졌다. 농민들조차도 툭하면 트럭을 타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나선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같은 이적집단은 뻔질나게 미군기지에 난입하여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반미친북 폭력을 공공연히 일삼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다급한 지경에 이르자, 그동안 전혀 입을 열지않던 최규하 전대통령이 이임 20여년만에 처음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경제 문제야 세 끼에서 한 끼 정도 줄여 먹든지 해도 괜찮겠지만 안보 문제와 사회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걱정이다”라고 경고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빨갱이 세상 될 수 있다는 우려 표명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의 법과 질서 붕괴 연유는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지않을 수 없는 대목은 집권세력의 대처능력 결여와 투옥경력의 심리적 여파이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청와대를 비롯, 권력실세들 중에는 실정법 위반으로 구속된 바 있거나,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예 김대중 정권에 이르러서는 대통령 자신이 투옥된 바 있고, 노무현 정부의 경우에도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비서관 30여명중 10명이 투옥 경력자이다. 투옥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롯, 국가권력의 최고 중추기관을 지배하게 될 때, 그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법을 어기고 감옥에 가야 우대 받는다는 왜곡된 인식을 확산 시킬 수 있다. 집권세력의 감옥행 죄가 민주화 운동이었건간에, 사람에 따라서는 전과 기록을 감투 쓰는 지름길로 곡해할 수 있다. 그로인해 투옥경력있는 사람들의 권력 장악은 자칫 법과 질서 경시 의식을 자아내고 전투적 탈법행태를 조장하는 사회적 풍조를 확산시킬 수 있다. 더욱이 노대통령은 노동운동으로 투옥된 바 있다. 그의 투옥경력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은 시위하면 대통령이 잘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될 수 있다. 실상 노대통령은 시위가 늘어난 것도 자신이 “잘 들어줄 것 같아서 인가”라고 자문한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투옥 경력으로 인해 법과 질서 경시 풍조를 조장 할 수도 있다는데 유의, 신중히 처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았던 전 정권들 보다 법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것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노무현 집권세력은 그렇게 하는데 실패했다. 그들은 도리어 이적행위 집단을 옹호하는 듯하였는가 하면, 전투적 노조를 감싸기도 했고, 준법을 거부하는 특정집단을 지지하기도 했다. 스스로 법을 어기기도 했다. 결과는 국민들에게 법과 질서를 깨고 투옥돼야 대통령도 되고 감투도 쓴다는 왜곡된 인식을 확산시켰다. 특정집단들은 정부가 내 편이라는 기대속에 탈법행위를 겁내지 않고 그것을 훈장으로 여기는 그릇된 의식을 침투시켰다. 그 때문에 국가 공권력을 우습게 알게 했고 이익집단의 탈법적 투쟁양태를 촉매시켰다.노무현 정부가 무질서와 불안속으로 뒤집힌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주변 스스로가 철저히 법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동시에 노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작태들에 대해서는 “코드”와 관계없이 준엄하게 다스려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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