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 장악력과 통치력을 상실한 것 같아 큰 걱정이다. 9월4일 국회에 의한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이은 3주만의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반영했다는 데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적지않은 국민들의 노대통령에 대한 지독한 불신과 불만 표출도 그의 국정 수행능력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데서 더욱 그렇다.국회는 행자부장관 해임안을 압도적 다수표로 가결시켰다. 다시 국회는 그로부터 불과 3주만인 9월26일 노대통령이 천거한 감사원장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노대통령이 취임한지 7개월만에, 그것도 3주일 사이에, 국회가 그의 장관과 감사원장 후보를 해임하고 거부했다는 것은 그가 요직 인선에 있어서 중대 결함을 노정시켰음을 드러낸 것이다.더욱이 전직 대통령은 물론이려니와 지식인, 종교인, 야당, 심지어 집권 여당까지도 노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통치력에 대해 불신과 불안감을 연이어 토해냈다는 데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노대통령은 “불안하다”, “무지 무능 무대책 대통령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임기를 다 채울지도 걱정”, “예전같으면 쿠데타가 몇번 일어났을 상황” 등의 긴박하고도 절망적인 외침이 그것들이다.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때, 노대통령은 효률적인 국정 장악력과 통치력 그리고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적지않게 상실했음이 명백하다. 그는 헌법상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이며 효율적인 지도력에 있어서는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능력을 크게 잃었음이 분명하다. 노대통령의 국정 통치력이 이 정도로 훼손되었다면, 내각책임제의 경우 노정권은 퇴진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제이기 까닭에 그는 아직도 4년5개월을 보장받고 있다.여기에 노대통령은 잘못된 통치력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고 바로 잡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노대통령 자신의 반응은 불행하게도 부정적이며 많은 국민들을 실망케 하였다. 노대통령은 국회의 거부와 국민의 비판에 대한 겸허한 수렴과 전면적인 재검토 표명 대신, 도리어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와 야당에 대해 반박하는데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국회가 행자부장관 해임결의안을 가결시키자, “횡포다”, “받아들이더라도 호락 호락 받아들이지는 않겠다”고 반격하고 나섰다. 이어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청와대와 신당측은 “구태세력의 연합”, “수의 횡포”, “국회의 발목잡기” 라고 또 상대편을 폄하했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국회의 거부가 단순히 “구태세력의 연합” 등이 아니요, 국민의 진솔한 의사 표시임을 알아야한다.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잘못을 고쳐주고 견제해주도록 뽑아준 대의기관의 정당한 의지 표출인것이다, 저와같은 노대통령과 신당측의 자기 반성과 참회 없는 대꾸 양태는 대통령과 측근들의 지도력 및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더욱 심화시킬 따름이었다. 실상 노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그의 지도력에 대한 실망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 식으로 나빠져만 갔다. 이제 노대통령은 통치력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고 새로 태어난 대통령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음을 통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아직 젊기 때문에 상황적응과 성찰 능력이 있다는데서 일말의 기대도 없지않음을 솔직히 밝혀 둔다. 노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로서는 좌파성 코드에 입각한 요직 인사습성을 과감히 타파하는 것이다. 통치력의 기본은 좌로 기운 ‘폐쇄적 개혁’이 아니라, 우도 아우르는 ‘개방적 개혁’으로 고쳐 삼지 않으면 안된다. 노대통령은 ‘개방적 개혁’으로의 궤도수정을 실증해 주기위해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전면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국민들이 자신에 대해 새로운 인식과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노대통령은 통치력 위기를 수습함에 있어서 고집이나 구차한 변명 또는 포퓰리즘적 홍위병 동원을 통한 여론몰이로 나서서는 절대 안된다. 겸허하고 진솔하며 낮은 자세로 임함으로써 구겨진 지도력의 위상을 바로 잡아 갈 때, 비로소 불안했던 국민들은 대통령을 믿어주고 따라가기 시작한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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