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재야시절부터 자신과 함께 코드에 맞춰 가까이 지냈던 측근을 ‘동업자’라고 했다. 그는 안희정씨가 검은 돈과 연루돼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자 거침없이 안씨를 ‘나의 동업자’ 라고 공언했다. 노 대통령은 거기서 그치지않고 안씨는 “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마치 그가 노 대통령을 위해 순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연출하기도 했다.노 대통령이 부정부패 피의자를 ‘나의 동업자’이고 나를 위한 순교자로 표현했다는 것은 안씨가 대통령의 순교자이므로 잘 알아서 봐주라는 뜻으로 들리게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의 추종세력은 그의 뜻을 제대로 알아차렸다고 화답이라도 하듯이 안씨를 ‘정치적 양심수’라고 미화하고 나섰다. 역시 노 대통령의 동업자 봐주기 발언이 의도했던대로 소기의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음을 실증해준 맞장구 쳐 주기였다.그 후에도 노 대통령은 동업자 봐주기에 계속 열을 올렸다. 그는 최도술, 염동연, 이광재, 양길승씨등 동업자들이 검은 돈 수수혐의를 받거나 향응 문제 등으로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되자, 엄벌 보다는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동업자 봐주기는 연말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노 대통령은 최·이·양씨등 자신의 동업자들을 조사 대상으로한 특검법안을 거부했고, 그에 반발하여 한나라당이 국회등원을 거부하고 나섰다는데서 그렇다. 노 대통령의 동업자 봐주기의 극치가 자초한 결과이다.특히 노 대통령의 특검법안 거부는 국회 의석 3분의 2라는 압도적 다수표로 통과된 것이라는데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특검법안 거부 이유로 검찰의 수사진행을 들었다. 검찰이 수사중이므로 “수사를 회피하거나 수사결과가 미진했을 때” 특검은 그 때 가서 요구해도 된다며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억지다. 특검수사는 검찰수사가 “미진”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휘하에 있는 검찰이 대통령의 동업자 비리를 제대로 파헤칠 수 없을 것이라고 의심했기 까닭에 요구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으로 그만한 상식 정도는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지도력과 양식에 녹이 슬지 않았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은 자신이 동업자들의 비리와 관련하여 특검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데서 특검을 더욱 비토할 수 없는 입장에 묶여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거부권 행사를 국익 차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조사를 봉쇄하기 위해 남용했다는 오해의 소지가 따른다는 데서 그렇다.그밖에도 노 대통령은 작년 대통령 선거 때 측근 비리 근절을 위해 특검을 상설화할 것이라고 약속한바도 있다. 이어 그는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동업자 비리가 터져나오자 “보고를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대통령직을 걸고 재신임까지 묻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으며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힌바 있다. 그랬던 그가 특검을 거부했다는 것은 동업자들과의 구린 코넥션 때문에 특검의 칼날이 두려워 비토한 것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 동시에 노 대통령 스스로 ‘원칙’을 꺾고 ‘신뢰사회’를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한다.노 대통령의 특검거부는 취임 이후 그가 끊임없이 드러낸 우왕좌왕, 코드 맞추기, 말뒤집기, 임기응변식 궁지탈피, 동업자 봐주기 등의 속성을 집대성한 결정체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신뢰사회’를 만들기에 앞서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부터 쌓아올려야 함을 강조해 두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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