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월말 경남 진해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경남 김해 출신인 노 대통령은 “성공하지 못하면 고향에 돌아오기 어려운데, 내가 잘 못해도 고향에 돌아와 살수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의 표출이기도 했다.노 대통령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냉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까닭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자신에 대한 좋지못한 평가가 기득권층의 저항, 일부 신문들의 고의적 비판, 민주화로 인한 대통령 우습게 보기 확산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곡해하고 있다는데서 그렇다.노 대통령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된데는 여러 가지 연유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그의 배타적이고 편협하며 닫힌 ‘코드’정치 때문이다. 노 대통령에 맞는 코드란 대체로 좌파성향의 이데올로기,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과 불만, 재야운동권 출신과 386세대에 대한 의존과 영합,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기존질서와 체제에 대한 부정과 급진적 변혁 등을 포함한다. 실상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월 백서를 통해 ‘더 많은 포퓰리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민주당내 구주류를 ‘파렴치한 기득권자’라고 규정했다. 노무현 코드가 포퓰리즘에 기반했고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가득차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자신의 행정부에는 코드가 다른 사람을 입각시킬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월 ‘의견이 다른 사람’, ‘이해관계와 기반이 다른 사람’,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를 골고루 대변하는 분들’을 ‘기용’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 상대하겠다는 배타적이고 편협하며 닫힌 통치이념이다.노 대통령의 그러한 코드 색깔은 지난 12월19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대선 승리 1주년기념행사 연설을 통해서도 재확인되었다. 노 대통령은 “그들은 (대통령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나를 흔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 노사모 회원 여러분… 다시 한번 뛰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도 국민을 ‘그들’과 ‘우리’로 나누어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자국민을 동지와 적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마치 북한 공산정권이 인민을 반동계급과 충성당원으로 구분해 놓은 것을 상기케 한다. 일 국가의 대통령이 자국 국민을 모두 감싸지 못하고 ‘그들’과 ‘우리’로 양분해 ‘그들’에게 적대감 같은 감정을 표출했다는 데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그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적대감 표명은 그가 자신의 코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에 추종하는 자만을 신뢰하고 그렇지않은 사람을 적대계층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태도는 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고 일개 노사모의 보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금할수 없게 한다. 노 대통령이 일개 정치운동단체의 보스라는 편협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는 결코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성공할 수 없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성공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편협하고 배타적으로 닫혀버린 좌파성향 코드를 과감히 열어 젖히는 것, 그것이다. 그리고 그는 노사모 하나에 의해서만 사랑받는 대통령이 아니요, 4,800만 국민 모두에 의해 ‘좋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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