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의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신(新)관권선거’ 비난이 증폭되고 있다. 김수한 추기경마저 ‘신 관권선거’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추기경은 관권선거 의심속에서는 설사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정당이 되더라도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던 것이다.신관권선거는 44년 전의 3·15부정선거를 떠올리게 한다. 3·15부정선거는 1960년 3월15일의 대통령선거 로서 자유당 정권이 공권력을 총동원한 고전적 관권선거였다. 이승만 대통령을 떠받드는 홍위병들의 바람몰이와 야당 위협, 공권력에 의한 조직적 반공개 투표, 야당 참관인 축출, 유령 유권자 조작과 기권자 대리 투표, 개표 때의 환표, 득표수의 조작 발표 등이 관권을 통해 자행되었다.3·15 관권선거는 이승만을 당선시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은 끝내 울분을 참지못한 국민들의 유혈 항쟁으로 붕멸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신관권선거도 이대로 강행된다면, 김 추기경의 경고대로 “과반수 정당이 되더라도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4·15 ‘신관권선거’도 해악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3·15선거와 마찬가지로 정권의 붕괴를 몰고 올 수도 있다.그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44년 전 3·15부정선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관권선거의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신관권선거’를 즉각 중단하라는 뜻이다.노 정권의 신관권선거로서는 도지사 및 시장급 단체장 빼가기와 열린우리당 입당회유, 고속철 개통일자 총선 전으로 앞당기기, 여성의 출산 축하금 20만원 지급 선언, 근로자 정년 60세로의 연장 제시, 24개월 군복무기간의 추가적 단축시사, 시민단체의 기부금 모금 합법화 검토, 한-칠레 FTA 후속 농가보호 대책 공표, 지역균형발전시대 개막 신도시 행사, 지역 고위층 청와대 초청 오·만찬 제공 등이 그것들이다. 그밖에도 시민단체의 너울을 쓴 친노 조직체들의 일부 날뛰는 작태는 3·15부정선거 때의 이승만의 홍위병을 연상케 하기에 족하다.노 정권측은 저같은 신관권선거가 3·15관권선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4년 동안 향상된 한국의 정치문화수준에서 볼 때, 노 정권의 신 관권선거는 3·15관권선거 못지않게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심지어 오늘 날 ‘구태’정치척결이라는 명분아래 강행되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까발리기도 4·15총선 득표 분위기 조성의 일환이 아닌가 의심된다. 물론 불법정치자금 척결은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 헤집기와 무더기 정치인 잡아들이기는 기존 정치인들을 모두 도둑놈으로 만듦으로써 새로 등장한 열린우리당의 참신성을 떠올리기 위한 바람몰이로 간주되기 싶상이다. 실상 5·16쿠데타와 12·12쿠데타 때도 권력을 잡은자들은 자신들을 참신한 세력으로 꾸며내기 위해 기존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을 구악으로 몰아 줄줄이 잡아넣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더욱 그렇다. 노 대통령은 비록 4·15총선에서 대패할지라도 선거만은 공정하게 치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위상은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가 말했던대로 ‘반(半)통령’으로 전락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반통령’으로 밀려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홍위병을 동원하는 등 신관권선거를 강행한다면. 그는 3·15부정선거와 같은 오명과 비극적 운명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첨언해 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