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돌아가고 있는 정치권의 몰골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저렇게 한심한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것이 그저 후회스럽기만 할 뿐이다. 정치인 아닌 ‘정치업자’들 때문이다.국회는 지난 9일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이라크 파병 동의안조차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또 미뤘다. 한-칠레 협정안의 경우 네 번째 표결에서는 처리되겠지만, 세 번씩이나 무산시켰다. 이라크 파병도 며칠 후 가결시키기는 했으나, 작년 10월19일 정부가 추가파병을 결정한 이래 4개월이나 지연시킨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을 위한 싸움질에는 서로 앞장서면서도 국민을 위한 동의안 처리에는 팔짱을 끼고 외면한다. 과연 저런 국회의원들에게 월급을 줘가면서 계속 국회를 유지해야 할지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국회의원들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대통령과 측근들이라도 신뢰를 받을만 하다면, 그래도 한구석 믿는데가 있어 한 가닥 희망을 걸 수는 있다. 그러나 그쪽도 그게 그거라는 데서 실망은 더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된 것으로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측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 캠프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고 밝혔다는 데서 그렇다. 그런가하면 새 세대의 깨끗한 이미지로 나서려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예외없이 추한 모습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 시절 고문으로서 정치자금을 관리했던 권노갑씨는 “내가 내용을 공개하면 그(정동영)는 죽는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자기(정동영) 부인하고 우리집에 찾아와 우리 집사람이 (돈가스점을 운영하며) 힘들게 돈 번다며 어깨를 주무르고, 그렇게 나한테 잘했다”면서 결국 자신을 배신했다는 섭섭함을 털어 놓았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터무니 없는 날조”라고 반박했다.더욱 형편없는 것은 노무현씨를 재야시절부터 따라다녔던 386세대 최측근들이 검은 돈 거래로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정치인으로 입문하기도 전서부터 검은돈 챙기는 데서는 노회한 선배 정치인들을 뺨칠 정도였다. 그래도 구세대는 의리라도 지켰는데 반해, 신세대라는 젊은이들은 초장부터 의리는 커녕 배신부터 하고 나섰다.대한민국 헌법 46조는 정치인의 의무를 명백히 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하고 ‘청렴의 의무’가 있으며 ‘지위를 남용’한 이권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가이익을 우선시하지 않고 지위를 남용하여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한 연유는 자명하다. 정치인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정치업자’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정치업자’란 권력과 정치를 팔아 사리사욕만 챙기는 악덕 정치인을 뜻한다. ‘정치업자’는 사회적 공익을 외면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사욕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는 사업권의 악덕 업자와 같다.우리 정치권에는 정치인은 간데 없고 ‘정치업자’만 설치고 있다. ‘정치업자’들에게 나라를 맡겼으니 나라 꼴이 이 모양일 수밖에 없다. 무너지는 경제, 갈등과 대결하는 사회, 불안한 국가안보, 날뛰는 좌파세력, 탈출하는 국내외 자본 등의 불행한 현상은 다름아닌 ‘정치업자’들이 가져온 퇴적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자기 반성없는 ‘개혁’이 아니다. ‘세대교체’니 ‘물갈이’니 하는 따위의 진부한 구호도 아니다. 그런 구호는 지난 50여년간을 두고 진절머리나게 들어왔고 속아왔기 때문이다. 정말 시급한 것은 젊은 ‘정치업자’와 늙은 ‘정치업자’ 모두를 철저히 솎아내는 일,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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