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 관련자 ‘대사면’과 관련하여 ‘나도 피고석에 있다는 점’ 때문에 자신의 처지가 ‘옹색 하다’고 피력했다. 뿐만아니라 그는 불법 자금에 관해서도 “내가 깨끗하다고 주장한 적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다만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쪽은 “리무진을 타고 기름을 훨씬 많이 썼을 것”인데 반해, 자신은 “티코 승용타를 타고 조금 밖에 안썼다”고 차별화했다. 그밖에도 그는 대선 때 노무현 캠프가 쓴 불법 자금 규모가 한나라당 것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도 검은 정치자금을 유용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크게 죄가 될게 없다는 해명이다.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노 대통령의 저와같은 변명은 적지않은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고 불쾌하게 뒤집어 놓았다. 이유는 명백하다. 야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만 때려잡고 노무현 캠프의 것에 대해선 어물 어물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금할 수 없게 했으며 국민의 준법정신을 대통령 스스로가 허문다는데서 그렇다.우선 모든 국민들을 격분케한 여야 정치권의 검은 돈 거래는 기왕 까발려진 이상 여야 가릴 것 없이 가차없이 법대로 처단되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음습한 정치자금 수수가 재발치 못하도록 필벌백계의 교훈을 남겨야 한다. 그렇지않고 ‘편파 수사’니 ‘대사면’이니 뭐니하며 태산명동서일필 식으로 끝난다면, 이 나라의 불법 정치자금 거래는 지난 50여년간 악순환되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특히 유의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칼자루를 쥔 노 대통령이 불법 정치자금을 쓴 죄인이요, ‘피고인’ 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측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의심받게 되었다. 노 캠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집행되지 않는다면, 야당측은 자신들에 대한 법적 단죄가 불공평하고 정치적 공작이라며 불복하고 나올 것이 뻔하다. ‘편파 수사’ ‘불공정 수사’ ‘682억 대 0’이란 등의 빗발치는 질타도 그런 맥락에서 터져나온 불신의 외침이다. 만약 노무현 캠프의 검은 돈 거래가 ‘682억 대 0’식으로 가려지고 만다면, 검찰에 의해 파헤쳐진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그 동기부터 의심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는 4·15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파렴치당으로 몰기 위한 집권세력의 정치공작이라는 의심,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로 돈 먹은 부정부패의 상징적 ‘구악’이고 열린우리당은 참신한 ‘새 세대’라는 인상조작의 일환으로 간주되기 싶상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측은 정치공작이라는 허물을 벗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더욱 엄격히 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걱정스러운 대목은 노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어색한 변명과 정당화 논리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검은 돈 규모가 ‘리무진’인데 비해 자신의 것은 ‘티코’에 지나지 않고 10분의 1도 안되므로 괜찮다는 식으로 변명했다. ‘리무진’을 훔친 도둑은 나뿐놈이고 ‘티코’를 훔친 도둑은 선한 사람이라는 억지 논리로 간주된다. 이 궤변은 상대적으로 적은 도둑질은 죄가 되지않는다는 법률파괴적 언어로 들린다. 도둑질을 장려하고 준법정신을 저해할 수 있는 매우 위험스런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리무진’도둑이나 ‘티코’ 도둑이나 도둑은 다 똑 같다. 그러므로 노 캠프의 불법 정치자금도 한나라당과 함께 둘다 엄히 단죄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만이 지난 반세기를 두고 되풀이 되어온 정치권의 검은 돈 거래를 뿌리뽑는 옳바른 길임을 거듭 밝혀 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