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9월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하더니 지난 2월24일엔 통일수도는 판문점이나 개성에 건설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의 수도 이전을 마치 신혼부부의 전세방 옮기는 기분으로 결정하는 느낌이다. 행정수도나 통일수도는 결코 쉽게 이전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국가의 정치적 이념과 정체의 훼손, 경제적 부담, 기존 수도권의 황폐화, 국민적 자부심 손상, 역사적 정통성 상실, 등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대목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웃 일본도 1992년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놓고서도 후보지 4곳을 선정해놓았을 뿐, 아직까지 12년이 지나도록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적지않은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국론분열의 격랑을 일게 했다. 바로 이러한 때에 노 대통령이 통일수도 이전까지 들고 나왔다는 데서 그의 의도와 신중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통일수도 건설은 남북한간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체제의 정체성 문제가 걸린 중대사라는 데서 함부로 들고나올 것이 못된다.우선 따져보아야 할 대목으로서는 노 대통령이 하필이면 4·15국회의원 선거를 50일 앞두고 통일수도의 판문점 건설을 발설하였느냐는 점이다. 뭔가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의심된다. 4·15총선에서 한강 이북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득표작전의 일환으로 간주되기 싶상이다. 판문점으로 통일수도가 이전된다면 당연히 한강 이북의 경기도 주민들이 혜택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실상 노 대통령은 1년반 전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으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충청권의 표를 몰아갔다. 노 대통령 스스로가 실토한대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주제로 지난 대선에서 좀 재미를 봤다”고 했을 정도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번 4·15총선에서는 통일수도를 경기권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경기권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려 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다음으로 유의해야 할 대목으로서는 통일수도 설정과 관련된 남북관계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체제의 이념및 정체성의 문제이다. 노 대통령은 “고건 총리가 통일수도로는 서울이 좋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이 맞는 말이라고 답변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엉뚱하게도 판문점과 개성을 지목했다. 우리나라 헌법4조에 의하면 통일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일은 반드시 자유민주체제로 완성되어야 하고 통일수도는 당연히 서울 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통일수도로 서울을 포기하고 판문점이나 북한 땅 개성을 들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포기했다는 말인지 불안하기 그지 없다.한편 노 대통령이 말한 통일수도로서의 판문점과 개성은 ‘국가연합체제’라는 전제가 붙는다. ‘국가연합체제’란 남북한이 각기 독립정부를 유지하면서 통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임시 단계를 지칭한다. 이 과도기적 국가연합체는 통일되면 없어지도록 되어 있다는데서 판문점 통일수도 같은 것은 별도로 필요치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국가연합체제’의 수도를 위해 판문점이나 개성에 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연합체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데 연유했거나, 운동권 기분 같은 발상, 아니면 자유민주체제를 포기한 통일관으로 간주될수밖에 없다. 그밖에도 그는 4·15총선에서 경기권을 상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려는 것으로서 그말은 취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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