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집단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동자들의 권익 확대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은 노무현정권의 태생과 연관지어 벌써 참여정부 시작부터 국민적 우려를 야기시킨 대목이다. 더욱이 총선 결과가 열린우리당의 승리와 민노당의 약진으로 결판나면서 지지층 이반을 두려워하는 양당의 처지 때문에 노사 문제는 더한층 민심을 불안케 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노조가 급기야 회사 경영 참여를 요구하고 나서는 쪽으로 활동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이미 대우종합기계노조가 회사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고 쌍용 자동차 노조가 경영참여를 강력 요구하는 등 앞으로 대기업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가 거세질 태세다. 특히 쌍용 자동차 경우는 종신고용 보장과 이사회 결정과정에 이르기까지 노조 참여를 요구함으로써 사(使)의 고유 경영권마저 위협하는 정도다. 이러한 노조의 요구는 민주노총의 경영참여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협에서 쟁점사항이 될 것으로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종신고용 보장 부분에서는 아연한 나머지 노조의 현실인식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제 사회주의 국가에서조차 망령처럼 돼버린 종신고용 제도를 노조 일각에서 새로운 노사협의 사항의 주요과제로 떠올리고 있는 전근대적인 발상은 노동자 천국을 이 땅에 도래시키겠다는 것인지, 조금 심하게 표현해서 노동귀족의 꿈을 가꾸려는 속셈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은 문 닫고 대기업은 해외로
이런 때에 정부가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기업 실정을 무시한 비현실적 대처로 비난 받기가 십상이다. 갖가지 악재가 겹쳐 채산성 맞추기에도 허겁지겁하는 판에 노조가 경영권까지 침해해 온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는 기업들의 주장이 결코 엄살이 아닐 것이고 엄포는 더욱 아닐 것이다. 해외에 공장 하나 건설하는 데에도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노조에 지분을 내줘야 된다면 국내 투자는 고사하고 외국인들의 현지 투자도 망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 자금이 글로벌전략과 상관없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안전한 투자처를 모색하는 원정 투기가 이제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중국, 호주 등지에서는 현지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한국인의 거래가 활발하다고 한다. 이처럼 투자자금은 외국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은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문 닫고 나앉을 때 우리 사회가 장차 나타낼 몰골이 말이 아닐 것이다. 빈부 갈등이 격심해지고 내부사회가 살벌한 기운으로 가득 할 것이다. 이는 어제까지 노사관계로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이 임금 체불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는 허울뿐인 회사 집기에 압류 딱지를 붙이는 일이 다반사가 돼버린 현실에서도 민생 현장의 암울한 실태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상생(相生)아닌 상전(相戰)으로
그래서 국민은 총선 과정에서부터 그토록 정치권에 상생 정치를 주문했다. 다행히 여야 정치권의 그럴듯한 화답도 있었다. 그러나 ‘설마 이제는’하는 마음으로 국민 대다수가 믿고 반겼던 상생의 정치가 오는 17대국회 개원 벽두부터 상생 아닌 상전(相戰)의 정치로 시작될 모양이다. 김혁규 총리 임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상생정치를 하려면 상대측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노대통령의 주장과 상생정치를 한다면서 굳이 상대방이 싫다는 사람을 고집하는 것은 변함없는 노대통령의 오기 정치라고 반발하는 한나라당의 평행된 입장이 교점을 찾기란 매우 힘들 것 같다. 매사가 이런 식이면 또 다시 우리사회 전반이 죽고 살기 식 전쟁 도가니로 들어야 할 것이다. 서로를 압박하고 있는 정치양상이나 사(使)를 끝없이 압박하는 노정(勞政)의 움직임에 대해 균형의 조화를 이루라는 것은 사치한 말의 성찬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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