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에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 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다"며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핀란드를 국빈방문중인 문 대통령은 11일(한국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 조금 더 미뤄도 좋았을 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 보다"라며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면하시고, 계신 분들이 정성을 다해 모셔달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라며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을 창설해 활동하셨고, YWCA 총무로 여성운동에 헌신하셨다.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시고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 하실 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양 방문에 여사님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모시고 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평화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는데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며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해주시리라 믿는다"고 글을 맺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순방 출발 전 이 여사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의장에게 "여사님께서 여러번 고비를 넘기셨으니 이번에도 다시 회복되시지 않겠나"라며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오래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남북 관계도 좋아질 수 있으니 그런 모습도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전 위중하시다는 말씀을 듣고 아내가 문병을 가려다 여사님께서 안정을 되찾고 다급한 순간은 넘겼다 해서 다녀오지 못했는데 참 안타깝다"며 "곧 순방을 나가야하는데 나가있는 동안 큰일이 생기면 거기서라도 조치를 취하겠지만 예를 다할 수 있겠는가. 안타까운 마음을 잘 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4월25일 이 여사가 있는 병원으로 문병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11일 오전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이 여사를 예우하는 문제 등을 논의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생 동반자였던 이 여사는 10일 오후 11시37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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