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이룬 민족이 나라를 지탱시키고 발전해 나가는 원동력은 집권자의 통치 수단이나 경제적 풍요가 아니다.손바닥만한 한반도 땅덩이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창조해 오는 동안 외세의 숱한 침략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과 지혜는 오로지 민족정신의 발로에서 마련된 것이다.흔히들 민족정신 하면 우리네 선비문화를 꼽으면서도 왜곡된 양반문화를 동시에 떠올릴 것이다.대충 요약해서 양반계급이 백성을 지배하면서 저지른 수탈행위가 민초들의 삶을 더욱 가난에 찌들게 했을 뿐더러 정권 욕에 미쳐 날뛴 그들 당파싸움의 작폐가 끝내는 36년 동안 일제 강점기의 국치를 만들어 냈다고들 한다. 과연 그런가. 정말 이 땅에 못된(?) 양반문화가 도사리고 있지 않았다면, 그래서 제각기 삶의 풍요로움만을 최상의 가치로 삼았다면 민족정신은 어디에서 찾았을 터인가. 그래도 양반사회의 선비문화가 충효사상의 민족정기를 세우고 가꾸어낸 까닭에 오늘날 우리민족의 우수성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일제 강점기 때 교활한 일본 군벌 정권이 가장 주목해서 뒤집어 엎으려했던 대 조선정책이 이 땅의 선비정신이었음은 더 부연할 필요가 없다.양반, 지식층을 향한 일본의 간악함
당연히 일본 군국주의의 발톱은 민족정신을 선도하는 우리네 양반문화를 덮치고 선비들의 기개를 꺾는데 전력투구했다.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조선 민중이 숭배하는 조상 묘에 쇠 말둑을 박을 정도였다면 양반, 지식층을 향한 일제의 간악한 처사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그런 가운데서도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충정을 불태운 것은 길이길이 칭송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면 누구도 다른 말을 내놓을 명분은 없다.그럼에도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특정세력의 정략적 계산에 의한 역사 접근이라는 비판적 시각 때문이다. 말대로 친일 매국노를 역사적으로 단죄하고 묻혀있는 항일 투사의 업적을 찬연히 드러내는 그같이 훌륭한 일을 열린우리당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도세력 내부에는 이완용 후손들이 땅을 되찾는데 조력했던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도 있다는 정말 말 안되는 소리도 들린다. 앞뒤 안 가리고 새로 역사재단을 할 것이면 해방 후 민주 공화제를 염원하면서 돌아온 이 땅의 우국지사들이 벌였던 암투까지도 재조명돼야 할 것이다. 조국 독립에 이바지한 그분들 누구도 광복된 고국에 돌아와서 5백년 동안 민족정기의 구심점이 돼왔던 이씨왕실 가족들의 안위를 강하게 걱정한 측면이 없다.민주 공화제의 전리품이 된 왕실재산
이승만 정권은 오히려 민주공화제의 전리품으로 구 왕실재산을 모조리 뺏고 왕실가족을 알거지로 만들었다. 군사정권 역시 옛 왕실의 귀공자가 밤무대의 떠돌이 가수로 전전하며 취객들의 노리개가 돼버려도 전혀 관심 밖이었다. 이 얼마나 세계 보기가 민망하고 자존심 하나 없는 망나니짓이었는가 말이다. 이때 어느 한 사람 분연히 일어나 정부처사를 꾸짖고 민족정신의 본거지 파괴를 질타한 적이 없다.다만 새로운 권력에 빌붙기 위해 줄서고 왕조시대를 능가하는 권위의식이 만연해서 독재를 합리화하고, 거기에 저항하고, 그러면서 반세기를 넘어온 것이다. 구구히 다 말 안해도 국민은 이제 지난시대의 진실과 허구성을 알고 있다.하지만 이제 국민통합의 민족사랑을 회복치 않고서는, 바꾸어 말해 국민이 이분법의 잣대에 의해 적과 동지로 나뉘어서는 나라 장래가 절망이라는 생각에서 정국추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눈들이 더 많은 것이다.그럴바에야 결과적으로 제살 후벼 파는 부끄러운 과거는 서로 덮고 역사속에 묻혀있을지도 모를 민족 영웅을 찾아내는 즐거운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시대와 관계없이 나라를 지켜낸 힘은 정치도 통치도 아닌 민족을 사랑하는 정신이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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