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교육 문제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는 사교육비의 과다한 지출과 재수생 문제가 될 것이다.이는 19세기식 학교, 학벌 중심 사회가 만들어 낸 모순으로 참교육의 부재 현상이 빚은 산물이다. 21세기 들어 글로벌(Global)화 된 세상은 다양한 가치와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들 교육 현장은 도저히 변화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에 갇혀 옴쭉달싹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국가 백년대계의 요람이라 할 학교는 19세기 식, 이른바 명문(名門)을 추구하는 권위주의적 교육 시스템을 견지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선생님들 또한 오로지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학생들만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가치를 쫓으려는 기이한 형국이 오늘의 우리네 교육 현장 모습이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19세기식 학교에 20세기식 선생님들이 존재하여 21세기식의 학생들을 교육 시키고 있는 실태가 아니냐는 말이다. 이런 교육 시스템으로 급변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향상을 얘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또 이런 가운데 불쑥불쑥 튀어나온 갖가지 교육 개혁론은 오히려 교육 현장의 갈등과 반목만 부추긴 측면이 짙다. 그렇게 힘주어 강조해 온 인성교육의 결과 역시 성공적이라고는 누구도 말 못할 것이다.얼마 전에는 철모르는 초등학생들이 경찰에 집단으로 몰려가 ‘담임선생님을 처벌해 달라’고 한 기막힌 사건도 일어났다. 이유는 단순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몇차례 매를 맞았다는 것이었다. 이 하나의 사건이 지금 처해 있는 나라 교육의 위기를 웅변하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이다. 이게 어디 제 자식 귀한 데만 연연해서 의식을 옳게 갖지 못하는 젊은 학부모만을 탓할 노릇이던가. 결국은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데 이론이 없을 것이다.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은 학교, 교사, 학부모들의 집합체인 기성세대가 신뢰 받지 못하고 있는 맥락을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다.개혁 성과로 교육 평준화를 이루고 옳은 역사관을 위한 이념교육을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시대에 맞게 감성과 감각에 대한 교육 소프트화를 이루어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토록 해야 함이다.그러자면 관치교육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일 것이다. 관치교육 하에서는 경쟁력을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갈등과 반목이 더욱 불신을 키워 놓을 것이 틀림없다.단계적인 교육 자율화로 개성을 개발토록 해서 창의성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명실상부한 21세기 교육 방식일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순발력 있게 적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단편적 제도 변화나 보완책은 개혁적 가치로 평가되기가 어렵다.사립학교 재단이 차라리 학교 문을 닫아 버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정부와 맞서는 전대미문의 교육계 반목을 지켜보는 학생들 마음에 학교도, 선생님도 미더울 턱이 없다. 자신들은 분명히 21세기를 살고 있고, 더욱 다양해진 세계가 눈앞에 보이는데 나라 정치 상황이나 학교는 19세기 같고, 선생님은 20세기로 느껴질 때 우리 학생들 마음이 오죽 답답하겠는가.교육 당국이 그 같은 실상을 아주 모르지 않다면 지금 무엇이 가장 화급한 과제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것에도 이 나라의 미래를 떠맡을 학생들에게 믿음을 회복치 않고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성취될 게 없을 것이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도마위에 올라 난도질 당하는 입시제도의 임기응변식 변형 처방은 오히려 집단이기를 가르치고, 기회주의의 진수를 느끼게 할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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