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늘 물과 함께 물속에 살면서도 물을 원한다. 사람 사는 이치도 다르지 않다. 가진 자가 더 갖기 위해 안달하는 것이 어디 지닌 것이 모자라고 부족해서인가? 엄청난 부자로 산다고 해도 하루 세끼 밥 먹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아흔 아홉 개 가진 자가 백 개를 채우기 위해 남이 가진 한 개를 뺏으려 들기 일쑤다. 이게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다.생각해 보면 우리가 온갖 기본권을 제한 당하고, 하고 싶은 소리 못하고, 공포 분위기에 주눅 들어 있었던 독재 시절이 뭐가 좋았다고 ‘그때 그 시절’에 향수를 느낄 까닭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옛날 그때’를 생각하면 진저리를 쳐야 마땅할 노릇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지’라고 노래한다.젊은 층에서 보면, 특히 운동권 출신들은 이건 뭔가 국민들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고 통분할만한 일일게다.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이룬 민주화인데 가당찮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국민들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없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막무가내로 철없는 생각을 가지는 쪽은 많은 국민들이 아니라 바로 집권세력 내부일지 싶다.지난해 나라 경제가 위기라고 했을 때 위기를 인정치 않고 언론 탓으로 반응했던 까닭이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먹고 살만은 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하긴 보릿고개를 걱정했던 그 옛날에 비하면 앞으로 얼마간 더 표 나게 국민 살림살이가 궁색 해져도 앓는 소리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없다, 없다 해도 휴일이면 산으로 바다로 몰려드는 차량 행렬을 보더라도, 또 턱없이 비싼 고가의 사치품목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걸 보면서 말이다.그래서 우리 경제가 그다지 심하게 어려운게 아니라고 강변하는 데야 어쩌겠는가. 그건 가진 자들에게 국한된, 즉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현상이라고 말할라치면, 언제는 그렇지 않았었느냐고 반문해오면 역시 크게 할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하지만 간단치가 않은 것이 우리 국민은 이미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체험했다는 사실이다. 당시의 집권세력이 오로지 국민 배불리는 것과 국가 경제력 향상에 ‘올인’했던 통치시스템을 지금 모를 사람이 없다.옛말에 고기 맛도 먹어본 놈(者)이 안다고 했다. 깊은 물에 살아 본 물고기가 갑자기 물이 얕아지면 금방 숨이 넘어갈 듯이 퍼덕거리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은 귀한 고기 맛도 봤고, 물속 깊은 곳의 편안함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위기를 느끼며 어쩌면 정도 이상으로 숨 막혀 하는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다 쳐도 정치의 근본이 백성의 삶을 윤택케 하는 것인 만큼, 또 실제의 국가경제 지수가 바닥을 치는 만큼, 집권세력은 초조해하는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은 물론, 과거사 문제만 해도 잘못된 역사에 떼밀려 숨죽여 살아온 피해 당사자들에겐 대단히 송구한 얘기지만 그렇게까지 화급해 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우선 국민이 함께 먹고 살도록만 해놓으면 국민은 그다음 ‘금강산’을 즐기려 할 것이 뻔하다. 또한 잘못된 집안 구조도 뜯어 고치려 들 것이고, 새로 수리된 집에서 차분하게 손님(北) 맞을 준비도 하게 될 것이다.순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노선 갈등을 봉합치 못하면 그들 집단이 함부로 국민의 이름을 팔아댈 이유가 없다. 아니 그럴 자격이 없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바라는 바를 외면하려 들면 그 속내를 더욱 의심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국민은 알고 있을 것이다. 권력이란, 칼자루를 놓는 순간부터 쥐었던 사람을 겨냥하는 생리를 가졌다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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