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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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4차 남북 정상회담 뒤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6월 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되면서 교착상태에 놓였던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 뒤 진행된 사회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6월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보다 먼저 이뤄질 가능성 질문에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가 만날지 여부, 또 만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한 것은 4월15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지난 2개월 동안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기존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4·11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나흘 뒤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랬듯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드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2개월 만에 나왔던 당시 문 대통령의 공개 제안에도 북한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5월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감행하는 등 대남(對南)·대미(對美)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우리 정부에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비난함과 동시에 한미 동맹보다 민족적 입장을 우선하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을 향해서는 연말까지 비핵화 셈법을 바꾸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북한의 비핵화 대화 궤도 이탈을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문 대통령은 북한의 반발에도 대북 식량 지원을 추진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끊임 없는 물밑 접촉 시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4차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 것은 그동안 확인한 변화된 북측의 반응을 염두에 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김 위원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하고, 거꾸로 그에 대한 답신 성격을 띈 김 위원장의 친서를 미국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의 과정에서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신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와 관련해 "나는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친서가 전달될 것이라는 것도, 또 친서의 대체적인 내용을 미국측으로부터 전달 받았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된다.

또 "남북 사이에 그리고 또 북미 사이에 공식적 회담이 열리고 있지 않을 때도 두 정상 간의 친서들은 교환되고 있다"며 "친서들이 교환될 때마다 한미는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대체적인 내용도 사전에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김 위원장의 친서만 일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게 아니라 북미가 친서를 한 차례씩 주고받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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