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곡소리, 이마저도 지친다'…수사·조사에 숨 막히는 재계
'기업들 곡소리, 이마저도 지친다'…수사·조사에 숨 막히는 재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9-06-13 14:13
  • 승인 2019.06.14 19:45
  • 호수 1311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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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기관 칼날에 상속세 유탄까지 '바람 잘 날 없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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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가 패닉 상태다. 현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의 기업수사에 대해서는 반발도 못하고 있는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압박조사에는 손 놓고 조사 결과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최근 들어서는 높은 상속율에 기업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조만간 진행될 검찰 인사에서는 현재보다 강도가 센 수사 지휘를 강조하는 인사가 선임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회계 부정·오너 갑질 등 이슈 '다발'…시늉만 낸 가업상속 세제 개편에 울상
 "근본적 체질 개선 필요" 입장 대부분 인정...억지 수사 불만 토로

포털사이트에 '사정칼날 기업' 을 검색하자 '난무하는 사정 칼날...재계 초긴장' '사정의 칼날 정ㆍ재계 전반으로 향할 듯' '사정칼날 다음은 누구?'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본지도 '사정칼날에 재계가 힘들어 한다'는 취지의 글을 보도한 바 있다.

이때마다 홍보 담당자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현재로서 저희는 할 게 없습니다. 사정당국의 수사 결과를 지켜볼 뿐입니다"였다. 또 다시 기업 홍보 담당자들에게 최근 상황을 묻자 "이제는 곡소리 내기도 힘들다. 내부에서도 '또~'라는 푸념만 한다"는 거다.

기업에 잘못이 있다면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처벌을 받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그 수사 결과가 시간만 끌고 결국에는 무혐의로 풀려난다면 그 기간의 피해는 결국 기업의 몫이 된다.

피해 보상이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항의를 할 수도 없는 것이 기업이다 보니 최근에는 "이럴 바엔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게 속 편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사 대상 기업 많아

재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의 칼날은 삼성만을 향해 있지 않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차와 포스코, SK케미칼, KT 등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외에도 애경 넥슨 카카오 신한금융도 법인과 임직원 등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재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아직 수사가 표면화되지 않은 사건들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불똥이 어느 기업으로 번질 지 주목 하고 있다.

검찰이 오너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불법증여를 통한 법인세 증여세 포탈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중 일부 오너 일가는 해외부동산 매입 증여 과정에서의 역외탈세 의혹도 받아온 만큼 횡령 배임 혐의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은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 대한 종합검사는 4년 만에 부활해 최근 KB국민지주를 시작해 은행ㆍ보업업계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

검찰뿐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이해욱 대림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 제재 여부도 결정한다. 이어 금호·하림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도 줄줄이 심판정에 오를 예정이다.

최근 들어 국세청의 세무조사,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등 사정기관과 정부 부처의 조사를 받지 않은 대기업은 찾기 힘들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로서는 사실상 살얼음판이다”라며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사정당국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초동은 또 다른 면에서 재계의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가 신임 검찰총장 인선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 후반기 적폐 척결과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할 새 총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수사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고 새 총장 후보로 천거된 8명의 인사검증 자료를 검토해 후보를 압축했다. 이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이 이뤄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도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율인 26.6%의 두 배에 이른다.

경영권이 있는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할 때는 10~30%의 할증률이 적용돼 세율이 최고 65%까지 높아진다. 상속을 준비하는 기업 가운데는 기업을 매각해 미리 현금으로 증여하는 편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상속세는 2·3세 기업인의 경영 의지 자체를 꺾기도 한다. 콘돔 생산 세계 1위 기업인 유니더스와 손톱깎이 세계 1위 기업 쓰리쎄븐, 밀폐용기 국내 1위 업체 락앤락, 가구업체 까사미아 등이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이우현 OCI 대표는 2,0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지분을 팔며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상속세율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에서의 상속 문제는 단순한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속세를 완화하는 큰 이유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한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요건 대폭 완화 같은 상속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년연장, 통상임금에 대한 압박과 법인세 증세 및 배당 확대, 투자 확대까지 동시에 요구하고 있어 기업들의 고민거리가 늘고 있다.

실적 악화 시름 깊어지는 그룹들

한편 재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녹록지 못하다.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이나 현대차, SK그룹은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불황이 계속되면서 주력하던 기업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6조6591억 원, 9조5329억 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37.7%, 54.3% 급감한 실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19일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직면한 한국 기업 보고서'에서 "향후 1년간 주요 한국 기업들은 한층 커진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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