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을 향해 얼굴을 붉히며 쓴소리를 털어놓았다. 취임 2년여 후 처음 있는 일이다.노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을 일방적으로 싸고 돌았다. 그는 북한이 1987년 이후엔 테러를 한적도 없고 지금 테러조직과 연계돼있다는 근거도 없다고 두둔했다. 심지어 그는 북한이 한국인들의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 훼손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북한의 6·25남침 사과도 받아내지 않은 상태에서 얼른 사과하고 나섰다. 그랬던 노대통령이 베를린에 가서는 달라졌다. 그는 “때로는 남북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김정일과 “정상회담도 하고싶지만 2000년 6·15공동선언 때 (김정일이) 답방을 하기로 돼 있는데 말이 없다”며 “그 때의 합의가 하나라도 이행되는 과정에서 다음 일이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불평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이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을 두 차례나 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 북한은 한국 정부를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그걸 참아내고 있다”고 했다.북한이 노대통령을 무시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애당초 김정일의 버릇을 잘못 길들여 놓았고, 노대통령 자신도 지난 2년여에 걸쳐 그렇게 무시당하도록 김정일에게 거듭 굽신거렸기 때문이다. 김대중씨는 김정일과 만나기 위해 5억달러나 국법을 어겨가면서 뇌물로 바쳤다. 그후 김정일이 평양서 문서로 약속한 서울 답방을 이행치 않자, 그는 3~4일에 한차례씩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계속 비굴하게도 구걸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김정일에게 양보하고 퍼주며 비위맞춰줌으로써 김정일의 버릇을 잘못 길들여 놓았다. 그 결과 김정일은 김대중씨를 우습게 여겼으며 계속 더 퍼줄 것을 요구했고 서울 답방 약속도 간단히 깨버렸다. 김정일의 끝없는 일방적 요구는 독재자들의 속성을 그대로 노출시킨데 지나지 않는다. 아돌프 히틀러의 계속된 요구가 그것이었다. 히틀러는 1938년 네빌 챔벌린 등 서방 지도자들에게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란트를 내놓으라고 했다. 챔벌린 등은 그의 요구대로 따랐다. 그리고 챔벌린은 히틀러에게 수데텐란트를 양보함으로써 “우리 시대에 평화를 얻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윈스턴 처칠은 “독재자에 대한 양보는 양보의 끝이 아니라 오직 시작일뿐” 이라고 비판했다. 처칠의 경고대로 히틀러는 서방국들을 얕잡아보고 1년 뒤 다시 폴란드로 연결되는 회랑과 단치히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독재자에게는 “양보가 양보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실증한 고전적 사례였다. 더 이상 히틀러의 요구들을 받아들일 수 없던 서방국들은 세계2차대전으로 내몰리고 말았다.똑같은 맥락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은 독재자 김정일에게 양보했지만, 계속 더 달라고 강요했고 서울 답방 약속도 깼다. 김정일은 노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김대중씨가 그랬던것첨 뭔가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김정일의 터무니 없는 요구는 노대통령이 “북한의 말을 다 들어줄 수 없다”고 털어놓은 대목에서도 드러났다. 노대통령은 너무 늦었지만 독재자 김정일의 속성을 직시, 더 이상 양보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말대로 “한쪽이 끌려가는 상황이 돼서는 건강한 남북관계의 발전이 어렵다”는데서 그렇다. 김대중 정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한이 끌려다님으로써 남북관계는 “건강”하지 못했고 일방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남북관계의 “건강”회복을 위해 상호주의 원칙으로 임해주도록 당부한다. 노대통령의 쓴소리 의지가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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