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으로 쓰이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 안 나온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주관하는 토크콘서트에 초청된 방송인 김제동 씨 강연료가 1550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간 지적이 잇따랐던 교육부가 집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특별교부금’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모교에 부당 지원하고 학교방문 격려금으로 사용까지

예산 낭비지적 잇따라···정치권 영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도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난 십수 년간 특별교부금 관련 사업 예산 배분기준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엄밀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계속됐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낮은 수준의 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논란이 된 강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특별교부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시책사업인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 지원사업일환으로 추진됐다. 교육청지자체 컨소시엄 단위로 공모를 받아 교육부가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치원부터 초고교와 교육행정지관을 세우고 경영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구가가 각 지방교육청에 배부하는 재원이다. 올해 기준 내국세의 20.46%는 법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책정된다.

97%를 차지하는 보통교부금은 일반적인 경상비와 시설비 등으로 사용되지만 걷힌 교부금 예산의 3%는 국가시책사업(60%)과 지역현안사업(30%), 재해대책복구(10%) 등 특별한 재정수요에 지원하는 특별교부금 용도로 사용된다.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총 552488억 원인 만큼 특별교부금 예산은 16000억 원에 달한다.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 지원사업도 국가시책 특별교부금 예산 중 45억 원을 22개 지역에 지원했던 것이다.

국가시책 특별교부금은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거나 지방교육행정 및 지방교육재정의 운용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할 때 쓰는 사업이다. 지난해 ‘ICT연계교육SW교육 활성화 지원(1337억 원)’, ‘직업교육(1184억 원)’, ‘중학교 자유학기제 지원(890억 원)’, ‘지방교육 행재정 운영 지원(714억 원), ’인성체육예술교육 활성화(696억 원) 등에 사용됐다.

김제동 강연 취소

논란이 거세지자 김제동 씨의 강연은 취소됐으나 특별교부금 논란은 교육계에서 현재진행형이다. 교육부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지역사회 학생학부모주민교직원을 위해 기획구성한 것이라며 “‘눈 먼 돈이라는 지적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또 특별교부금 사업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사업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관리를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청지자체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별교부금은 부처 특별교부금 교부운영기준에 따라 관리되며, 지자체도 지방의회의 예산편성 과정을 거쳐서 예산집행 관련 지자체의 법령과 규정을 적용 받는 만큼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특별교부금 배분 및 사후 관리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1조 원이 넘는 특별교부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예산 낭비는 물론 청탁로비에 의한 예산이 배분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08년에는 김도연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특별교부금을 모교인 서울 용산초등학교에 부당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고 취임 160일 만에 물러났다. 같은 해 감사원 감사(교과부 특별교부금 운영실태)에서는 교과부 고위 간부들이 2004년부터 20085월까지 모두 122차례 걸쳐 특별교부금 13억 원을 학교방문 격려금 용도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도리어 부정적 역할

교육계 안팎에서 특별교부금이 핵심 국가시책에 쓰이거나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교육부 각 부서의 실적용 쌈짓돈처럼 쓰이고, 때로는 학교현장에 부담을 줘서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도 지난 2010년 특별교부금 운영방식을 정면 비판하며 제도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권익위는 국가시책사업용 특별교부금은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배정되는 등 예산 낭비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의하달식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복리후생비, 인건비성 경비로 사용되는 등 일부 학교현장에서는 특별교부금이 소모성 예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구체적으로는 특별교부금을 중장기적으로 절반까지 대폭 축소하고 과반수 이상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시책사업심의회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9년이 지났지만 교육계에서는 비율만 4%에서 3%로 줄고 위원회 구성만 개선됐을 뿐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한국거버넌스학회보에 실린 연세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신가희 씨의 논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의 영향요인 분석에서는 특별교부금 중에서도 지역교육현안수요 특별교부금은 배분될 때 정치권의 영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당 국회의원과 국회 교육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속한 지역, 교육감 출신 학교가 있는 지역일수록 보다 많은 특별교부금이 배정됐다.

특히 교육위 소속 여부는 다른 정치적 요인에 비해 특별교부금 배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장관이 최종 결재하는 예산인 만큼 교육위가 심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교육위와 예결위에서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과 관련된 특정 교육사업, 특정 학교에 대해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처럼 배분기준과 사업관리에 대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으나 교육부는 실효성 있는 추가대책을 내놓지 않는 모양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교육 관련 국가시책사업 운영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그 결과 사업 효과가 미미하거나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사업을 축소폐지하거나 사업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특별교부금 재원으로 정치권을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라며 대부분 예산당국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특별교부금은 교육부가 손에 쥔 마지막 권한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현장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며 금년에도 사업별 TF(Task Force)를 구성해서 운영하는 등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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