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법률사무소 박보람 변호사
YK법률사무소 박보람 변호사

 

배우자가 학력과 과거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여 결혼을 한 경우, 배우자에 대해 어떠한 법적 대응이 가능할까. 필자 역시 많은 사례는 아니지만,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사기결혼 사례를 접하곤 한다. 한 평생 함께 할 배우자를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혼인경력은 물론이고, 학력이나 심지어 직장까지 속여서 결혼에 골인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 결혼 전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게 되었다면, 민법 제804조에 따라 약혼을 해제하거나 파혼을 하고, 그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아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마친 경우라면, 그 혼인의 효력을 법적으로 부인하기 위해서 혼인무효와 혼인취소소송을 고려해볼 수 있다.

먼저 민법 제815조와 제816조는 혼인의 무효사유 및 취소사유에 대해 열거하고 있는데, 혼인무효의 사유를 살펴보면, ①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②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근친혼 등의 금지규정에 위반한 때), ③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④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를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 혼인취소의 사유로는 ①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제외)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② 혼인당시 당사자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③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로 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법에서 규정한 혼인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 혼인을 무효 또는 취소하게 된다.

법원은 혼인 전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름, 나이, 학력과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이고 결혼한 사안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한 혼인의 의사표시라고 할지라도, 혼인의사의 합치로서 혼인신고를 한 이상 상대방의 이름, 나이, 이혼경력 등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러한 사안에서 법원은 당사자가 위와 같은 기망에 의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민법 제816조 제3호에 해당하여 취소사유에 해당할 수는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실무상 위와 같은 사기결혼의 경우 주위적으로 혼인무효를, 예비적으로 혼인취소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혼인취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혼인무효의 경우 그 사유가 언제 발생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혼인이 무효로 되지만, 혼인취소의 경우에는 민법에서 각 사유마다 취소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기결혼의 경우 민법 제816조 제3호 혼인취소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사기를 안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하므로, 자칫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지 고민하는 동안 위 취소청구권이 소멸되어 혼인관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해당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유로 혼인이 무효 또는 취소되는 경우, 상대방에게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민법은 제825조에서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경우에도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재산상 손해 외에도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재산상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혼인의 무효와 달리 혼인취소의 경우에는 그 효력이 소급하지 않으므로, 과거 혼인생활이 그대로 유효한 이상 결혼식 비용이나 예물비 등은 재산상손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혼인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된 경우에는 결혼식 자체가 무의미하게 된 것이므로, 결혼식 비용이나 예물비 상당이 재산상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하므로, 이 부분 재산상손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된 점을 반드시 주장 및 입증하여야 한다.

나아가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기망을 한 상대방 외에도 상대방의 기망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제3자 역시 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므로, 상대방의 가족 등이 상대방과 함께 기망행위를 묵인하거나 동조한 경우에도, 그 가족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사기결혼의 경우 평생 함께 하리라 믿었던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실망감과 배신감은 금전적인 보상으로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한 상대방의 행위가 사기죄에서의 기망에까지 나아가고, 상대방이 그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하였을 때에는 형사상 사기죄로 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기결혼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다양하지만, 감정이 앞서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 및 조력을 통해 더 큰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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