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모여 사는 세상은 어디나 그곳 인심이란 게 있다. 세계적으로는 나라마다의 국제적 이미지가 형성돼 있고, 한 나라 안에서는 지역마다 특유의 이미지가 있다. 사람 모인 사회의 전통 정신문화는 누구도 지배 못할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예컨대 미국 사람들은 너무 계산적이라 믿을 수가 없고 프랑스 사람들은 매사를 제멋대로 하는 버릇이 있어 예고 없이 하는 결근을 프랑스 휴가라고도 한다.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책에서 이런 우스갯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주점에서 생맥주를 시켰는데 맥주잔에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고 하자, 러시아 사람은 파리가 빠진 줄도 모르고 그냥 마셔 버릴 것이고, 프랑스 사람이면 호통치고 나가 버릴 테고, 미국 사람은 파리가 빠진 것을 확인시키고 다시 한잔을 시켜 먹고 계산은 한잔 값만 치르고, 독일 사람은 파리를 꺼내서 버리고 알코올은 살균 작용을 하니 개의할 바 없다며 그냥 맥주를 마실 것이다. 또 중국 사람은 이야말로 색다른 안주로 여길 만하고, 인도 사람은 채식주의자여서 먹을 수 없다며 그냥 갈 것이라고 한 말들이 퍽 뒷맛을 갖게 했다.이 우스갯소리 한토막이 비교적 둔감한 러시아 사람들, 감정적인 프랑스인들, 합리적이면서 계산에 냉정한 미국 사람, 과학적인 독일 사람의 이미지를 종합하는 듯해서, 그럼 우리 한국 사람은 어떠할까를 생각해 봤었다. 혹 우리나라 사람은 식품위생법을 들먹이며 술집 주인을 쥐 잡듯 하지는 않을지? 론 이런 것들이 어떤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념상으로 무책임하게 형성된 이미지가 고정 관념으로 정착될 수가 있다는 점에서 그 여파는 가공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예부터 우리네 좁은 땅 덩어리 안에 형성돼 있는 지역간 이미지만 해도 누군가의 주도로 정착된 것이 아니다.서울사람 약아빠졌고, 경상도사람 거칠고, 개성 깍쟁이, 충청도 양반 어쩌고 하는 통념상의 이미지가 누가 의도해서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그 같은 이미지가 심어지기까지에는 필경 곡절이 있을 줄 안다. 마찬가지로 국제선 비행기 안에서까지 화투도박 하는 국민, 보신에 좋다면 불개미까지 씨를 말리는 국민, 사촌이 땅 샀다고 배 아파 하는 국민, 하는 표현들이 한국인에 대한 통념상 이미지로 국제사회에 확산되지 말란 법 또한 없을 것이다.더욱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거리를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가서고 다가가는 나라들 간에는 무엇보다 상대국의 국민 성향이 궁금할 것이다. 우선 수출 전략 하나만해도 거래국의 대표적 이미지를 꿰뚫지 않고서는 성공이 어렵다.그동안 해외 관광객들의 일부 측면 추태가 적잖게 세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느끼는 한국의 이미지가 아직은 그다지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게 왜 이겠는가. 세계는 누가 뭐래도 이미 수십 년 전에 정말 기적 같은 경제도약을 이뤄낸 우리 국민의 저력을 절대로 가벼이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불과 3년 전의 월드컵 축구 때 온 지구촌을 놀라게 했던 그 엄청난 한국인의 투지와 민족적 저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나라 안이 좌우로 편을 갈라 소용돌이치고 있고 그 틈새에서 오직 살아 남기 위한 국민 이기가 이대로 팽배해 있으면 세계속의 한국은 더 이상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힘을 모으고 투지에 불타 있을 때 주변국들이 티내서 꼬리를 쳐든 적이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