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이 무엇인가. 국민이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고 정부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며 국가 권력의 행사는 모든 면에서 초법적 지위를 누릴 때 이를 절대 권력이라 할 것이다.권력 만능의 왕권과 식민지 통치를 이어 온 이 땅의 통치 문화는 민주공화제 아래서도 집권이 곧 왕위 등극과도 같았다. 왕위는 누구도 넘볼 수가 없는 것이다. 역사에서 알다시피 왕권은 2인자를 용납지 않을 뿐더러 장래 왕위 세습을 보장받은 세자라 할지라도 미리 권력을 나누어 가지려 했다간 목숨 부지키가 어려웠다.권력세계가 그처럼 잔인하고 비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번 권력 맛에 도취되면 차라리 목숨을 버리면 버렸지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 정치권력의 속성이었다. 절대 권력일수록 그 속성은 더 했다.과거 절대 권력이 밀어붙인 개발독재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의 확실한 열매를 수확해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덕에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게 됐다는 평가를 부인할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만고의 진리는 그대로 통했다. 해묵은 권력형 비리사건이 계속 터지는 것이 절대 권력과 재(財)가 야합했던 잉태물이 만삭을 넘기면서 계속 쏟아지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경제는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경제 질서를 경제권의 기본 철학으로 섬기고 있다. 또한 국가권력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고 극단적으로 치안만 담당하면 족하다는 야경 국가론과 작은 정부에 의한 무간섭 원칙이 국민 경제활동과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기본 원칙인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 인권의 절대 존중과 자본주의 기본원칙인 시장경제 체제의 절대적 신뢰가 민주주의 중심사회의 핵이라는 관점을 낳게 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한국사회가 경제 위기를 당하고 권력형 비리사건이 꼬리를 무는 현상은 아직 절대적 권력이 존재하는 까닭일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도청X파일’ 사건의 요체와 본질이 뭔가.음모론을 제기하고 큰 도둑놈 작은 도둑놈을 따질 일이 아닐 것이다. 정작 머리끝이 서는 것은 이런 일이 절대 권력이 존재하는 한 언제고 또 획책될 수가 있다는 점이 두려운 것이다.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이 정부 내에 있고 권력 만능의 환각에 빠져든 정권은 그보다 더한 일도 필요하면 주저 없이 하게 될 게다. 그럴 때 정치권력과 동침키 위해 분단장하는 정상배의 출몰 역시 시대를 가릴 리 없다.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묵은 비리가 폭로되고 그걸 낱낱이 단죄하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다.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비슷한 사건이 안 일어나도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함이 중차대한 과제일 것이다. 말로 개탄하면서 경악하는 국민감정을 이용해서 애써 몇 사람을 여론 재판의 과녁 중심으로 끌어내는 권력소모는 곤란하다. 차근차근히 배경을 국민에게 미덥게 설명하고 절대 권력이 이 땅에 잉태시킨 기형적 가치를 이 기회에 말끔히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그나마 국가적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모든 것은 이제 이 땅에는 절대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국민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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