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양현석 떠났다’…뿌리부터 흔들리는 YG
‘결국 양현석 떠났다’…뿌리부터 흔들리는 YG
  • 황기현 기자
  • 입력 2019-06-14 17:34
  • 승인 2019.06.14 21:09
  • 호수 131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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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연예인들 잇따라 ‘마약’ 연루되며 양현석 대표 ‘사퇴’ 초강수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 [뉴시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 [뉴시스]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연예인들의 잇단 ‘마약 연루설’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박봄과 지드래곤, 쿠시, 승리 등에 이어 이번에는 그룹 ‘아이콘’ 멤버 비아이가 마약 구입 의혹을 받는다. ‘스타의 요람’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던 YG엔터테인먼트 ‘왕국’. 계속되는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스캔들로 조금씩 실금이 가던 YG 왕국의 성벽은 양현석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며 무너져 내렸다.

“YG 약국(Yak Gook)의 약자 아니냐” 잇따랐던 비판
전속 계약 해지에 ‘꼬리 자르기’ 논란도

지난 12일 연예 전문 매체 디스패치는 2016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A씨와 비아이가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비아이가 마약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었다. YG엔터테인먼트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이는 순간이었다.

비아이는 메신저에서 A씨에게 대마초 흡연 사실을 밝히며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대리 구매를 요청했다. LSD는 맥각균에서 합성한 향정신성의약품의 하나로, 사용할 경우 강력한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시각과 촉각 및 청각 등 감각을 왜곡시키며 액체 상태로 사용하면 체중의 7억 분의 1의 양 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다. 뇌와 염색체에 손상을 줘 마약류로 분류·관리되고 있다.

비아이는 A씨에게 “너랑은 (마약을) 같이 해봤으니까 물어보는 거다”, “나는 그거 평생 하고 싶다”, “입조심만 하면 안 걸리지 않냐”고 말해 충격을 줬다. A씨는 이후 긴급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애초 그는 비아이와의 대화 내용이 사실이며 요구에 따라 LSD 10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3차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패치는 그 이유를 YG엔터테인먼트 측에서 A씨에게 변호사를 붙여주고 수임료를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논란이 커지자 비아이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비아이는 “저희 너무나도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때 너무도 힘들고 괴로워 관심조차 갖지 말아야 할 것에 의지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또한 겁이 나고 두려워서 하지도 못했다”며 마약 복용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비아이는 “제 잘못된 언행 때문에 무엇보다 크게 실망하고 상처 받았을 팬 여러분과 멤버들에게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저의 잘못을 겸허히 반성하며 팀에서 탈퇴하고자 한다”며 아이콘 탈퇴를 알렸다.

YG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곧바로 비아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같은 날 보도 자료에서 “비아이는 이번 일로 인한 파장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당사 역시 엄중히 받아들여 그의 팀 탈퇴와 전속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절감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13일 뉴시스가 3년 전 당시 YG엔터테인먼트가 경찰과의 유착으로 비아이 마약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의 공익신고가 4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됐다고 보도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신고자는 비아이 등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던 A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A씨는 그룹 ‘빅뱅’ 멤버 탑과의 대마초 흡연으로 구설에 올랐던 연예인 지망생 한서희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서희가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제출한 자료에는 3년 전 수사 당시 YG엔터테인먼트의 개입과 경찰 유착 의혹 등의 추가 정황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비아이와 함께 공익 신고 대상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 변호사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YG에는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직원이 있다고 했다”며 “양현석이 ‘마약 검사를 해도 우리 연예인들은 안 나올 거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마약 검사기를 가지고 검사를 한다. 적발이 되면 일본에 보내 마약 성분을 배출하는 수액을 맞춰서 (빼면 된다)’고도 했다”고 밝히며 의혹은 폭발적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신고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YG엔터테인먼트는 또다시 경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속계약 해지” 발표에도 따가운 눈총

YG엔터테인먼트가 비아이와의 전속계약을 빠르게 해지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했음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다.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기도 했지만,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의 경우 마약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전력이 이미 수차례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수 박봄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던 2010년 국제우편을 통해 암페타민이 함유된 에더럴 82정을 국내로 배송하다 적발돼 입건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암페타민은 각성제의 일종으로 매우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 효과를 낸다. 대뇌피질을 자극해 사고력과 기억력, 집중력을 순식간에 향상시키고 육체활동량도 증가하게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약품을 마약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복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박봄의 현 소속사 대표는 “박봄이 과거에 복용했던 약은 미국 FDA의 승인이 났던 것”이라며 “한국 반입이 안 된다는 사실에 무지해 심려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간판스타 지드래곤 역시 마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드래곤은 2011년 10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모발 검사를 통해 대마초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흡연 사실을 자백하면서도 일본에서 열린 클럽 파티에서 모르는 일본인이 준 대마초를 담배로 착각해 한 번 빨고 버렸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당시 지드래곤에 대해 상습범이 아닌 초범인 점, 마약사범 양형 처리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의 성분이 검출된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 한번 흡입으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탑·쿠시·양승호…끊이지 않는 YG 직원의 마약 논란

지드래곤과 함께 빅뱅의 멤버로 활동하는 탑 역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탑은 2017년 의경 복무 중 대마초 흡연으로 적발된 바 있다. 그는 입대 전인 2016년 10월 자택 등에서 대마초를 흡연함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 받고 의경 신분이 박탈됐다. 집행유예지만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는 것은 탑의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후 탑은 2018년 1월 서울 용산구청 용산공예관으로 재배치돼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양화대교’를 작곡해 이름을 알린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 쿠시도 2018년 3월 코카인 흡입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쿠시는 SNS를 통해 코카인을 구입, 두 차례에 걸쳐 2.5g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쿠시는 경찰 조사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진술했지만, 그 사실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일리스트 양승호가 있다. 그는 2016년 총 4회에 걸쳐 코카인을 투약하고 대마초를 1회 흡연한 혐의로 검거됐다.

‘합리적 의심’ 네티즌들, “YG는 약국?”

마약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네티즌들은 “YG엔터테인먼트 내부에 마약이 만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YG’가 약국(Yak Gook)의 약자가 아니냐고 조롱했다. 한 스포츠매체 기자는 2015년 “어떤 팬들은 YG엔터테인먼트를 ‘약국’이라고 부른다”며 “마약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명쾌하지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칼럼을 썼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사건은 법정으로 향했다. 1심 법원은 총 1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YG엔터 측 청구를 기각했다. 2심 법원은 “해당 기사들은 YG 소속 개별 연예인 등의 마약 사건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YG와 검찰의 엄정하지 못한 처분을 비판한 것”이라며 “YG가 마약 사건의 온상이거나 권력층과 검찰 비호를 받아 사건을 무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버닝썬 사건’으로 직격탄

최근 YG엔터테인먼트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은 승리가 연루된 ‘버닝썬 게이트’였다. 버닝썬 이사의 고객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게이트는 연예계에 폭풍우를 몰고 오며 YG엔터테인먼트에도 강력한 데미지를 줬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이 각종 증거를 은폐·폐기했다거나 경찰과 유착해 뒤를 봐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후에는 양현석 대표와 가수 싸이가 동남아시아 재력가 조 로우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YG엔터테인먼트는 다시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양현석과 싸이 모두 조 로우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접대 의혹은 부인한 상태다.

시간이 흐르며 잠잠해지나 싶던 YG엔터테인먼트 관련 논란은 이번 비아이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폭발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버닝썬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4만 원대를 유지하던 YG엔터테인먼트 주식은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며 3만 원대로 떨어졌다. 다른 엔터주들 역시 연예인 리스크 영향으로 동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달 27일 2만830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또 마약 사건이 터지며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12일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날보다 4.05% 하락한 3만1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하락은 몇 년 동안 불거진 소속 연예인들의 논란 외 다른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주가는 기업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직접적인 지표 중 하나다. 데뷔시키는 연예인마다 일명 ‘대박’을 치며 스타들의 산실로 거듭난 YG엔터테인먼트라는 ‘왕국’의 벽이 문제 스타들로 인해 조금씩 실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린 연예 기획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미 YG엔터테인먼트 불매 운동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철옹성’이었던 YG…왕국의 붕괴

YG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마약 등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며 소속 연예인을 보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드래곤 대마초 흡연 사건 당시 “대마초인지 모르고 피웠다”는 해명이나, “박봄이 미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세관에서 문제가 된 것뿐”이라는 해명 등이 그 예다. 문제는 이러한 해명이 팬과 대중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변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전속계약 해지라는 강경한 ‘처분’을 택했지만 이 역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고심하던 양현석 대표는 결국 “치욕스럽다”는 말을 남긴 채 ‘전격 사퇴’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양 대표마저 떠나며 뿌리 째 흔들리고 있는 ‘철옹성’ YG엔터테인먼트. 궁지에 몰린 YG엔터테인먼트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황기현 기자 kihy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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