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정당해산’, ‘국민소환제’ 최근 정치권을 달구는 키워드다. 정치부 기자로서 부끄럽다. 국회가 개회되면 ‘동물국회’로 비아냥받고 파행이 장기화되자 ‘막말정치’가 넘쳐나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라’는 여론이 비등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에 따른 지역구가 축소가 우려되자 몇 몇 의원들은 의원정수를 늘리자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낸다. 국회가 장기간 파행되고 있는데 여당 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바로 총선체제 돌입하자고 말하고 있다. 입법기관으로서 고유 권한인 행정부 감시 기능을 포기하는 발언이다.

최근 국회와 국회의원을 보는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못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삶은 팍팍한데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세비까지 받아 챙기는 배지들의 모습에 국민소환제를 들이대는 이유다. 안철수 전 대표가 혜성처럼 등장한 2007년이 떠오른다.

여야 양당체제에 지긋지긋했던 국민들은 ‘안철수 등장’에 열광했다. 대권을 쥐진 못했지만 여야 기득권 세력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정치는 제2의 안철수가 출현할 수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그나마 개혁 성향의 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21대 총선 공천제도를 보면 정치 신인의 여의도 입성은 하늘의 별따기다.

주 내용을 보면 정치 신인에게 공천심사과정과 경선에서 각각 10%~20%까지 가점을 주기로 했다. 현역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당내 선출직공직자평가 결과 하위 20%의 경우에 한해 공천심사와 경선에서 각각 20%의 감점을 주기로 했다.

또한 경선은 권리당원(지역구) 50%, 여론조사(안심번호선거인단) 50%로 하기로 했다. 얼핏 보면 정치 신인들이 유리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일단 정치 신인으로 분류되려면 선관위 후보등록을 한 자, 경선 출마자, 지역위원장은 안 된다.

정치 신인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항목이 경선 출마 경력이다. 지역위원장도 아니고 당 경선에서 탈락했는데 정치 신인이 아니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가 청와대 출신 몇몇 인사들을 제외하고 찾기 힘들다.

또한 민주당 현역 의원이 128명인데 그중 하위 20%에게 감점을 주기로 했다. 25명 내외다. 공천 배제가 아니다. 통상 역대 선거를 보면 물갈이 폭은 그 이상은 됐다. 그런데 현역 의원이  하위 20%에 포함됐다고 공천탈락은 아니다. 공천심사를 통과해 경선을 할 경우 감점 20점을 받는다.

그러나 현역 다선 의원들일수록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정치 신인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역은 해당 지역구에서 인지도가 높다. 국민여론조사는 인지도에 비례한다. 권리당원 역시 뒤늦게 뛰어든 정치 신인에 비해 몇 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보유한 권리당원명부를 통해 당원권 정지된 지역구민들의 회비를 대납해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정치 신인이 15%포인트 이상 현역의원과 격차가 벌어질 경우 가점이 소용이 없다. 이를 테면 45%를 현역 후보가 득표할 경우 득표율에 -20% 감점률을 적용하면 실제 득표율은 36%다.

반면 30%를 득표한 정치 신인은 +20%를 해도 36%대다. 이는 현역의원 중 당내 선출직 평가에서 하위 20% 평가를 받은 현역일 경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60일 넘게 국회 파행을 보는 민주당 정치 신인의 마음은 착잡하다.

7월 말까지 모집한 권리당원만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가뜩이나 시간도 부족하고 불리한데 국회가 장기 파행되자 ‘할 일’이 없어진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지역에 내려가 권리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열렸으면 그나마 지역구 활동이 뜸했을 현역의원들이다. 여전히 정치 신인들의 여의도행 티켓은 하늘의 별따기다. <부국장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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