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은 본인 지역구 다지는 기회↑ 인지도 낮은 정치 신인·비례대표는 ‘울상’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국회 정상화가 9부 능선을 넘지 못하고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거대 양당이 ‘추경’ ‘패스트트랙 사과’ 등을 놓고 힘겨루기 중인 가운데 당초 국회 정상화의 키 역할이 예상됐던 바른미래당은 내홍 수습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다. 최악의 국회 마비가 계속되자 일부 의원들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다음 총선 대비 지역구 민심 다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앙정치가 실종한 채로 재선, 삼선 등 선수를 가릴 것 없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 권리당원을 늘리기에 앞장서고 있어 정치 신인은 지역구 현역 의원 상대가 힘겨울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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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당원 잡아라’ 與 총선 공천룰에 너도나도 ‘권리당원’ 모시기에 ‘올인’

최악의 국회 마비가 계속되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회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노력으로 최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관련 문구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에 이룬 것으로 알려져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오면 처음부터 같이 논의에 임한다는 정신으로 합의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 이제 한국당이 결단할 마지막 시간이다”라고 한국당에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날치기 부분에 대해서 여당이 앞으로 강행처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걸 담보하고, 현재 여당이 추경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데 경제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야 된다”고 민주당을 압박해 국회 공전은 끝날 줄 모른다.

중앙 정치 마비는 지역구 정치 활성화?

국회가 마비됨에 따라 국회 일정이 없어 현역 의원들은 총선 대비 그동안 소홀했던 지역구 민심 다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의 일정 담당 보좌관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국회가 열리지 않다 보니 지역구 일정을 많이 잡고 있다. 하반기 정기국회가 열리면 그만큼 (지역구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의원실도 지역 일정을 많이 잡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요서울이 해당 의원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2주간 지역 일정이 꽉 차 있었고 그중에는 1박 2일 워크숍 등 다양한 지역 행사가 포함돼 있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려놓은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의도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있는 12개의 행정동에서 의정보고회 및 주민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 행정동에서는 감기 기운까지 겹쳐 목소리마저 잘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 국회로 복귀하자마자 국회 마비를 틈타 장관시절 자주 방문하지 못했던 지역구 민심 달래기에 온 힘을 쏟은 것이다.

지역구 정치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활발히 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복수의 여야 의원들의 공식 블로그를 탐색해 본 결과 당 회의나 세미나 등 국회 일정보다 체육대회, 바자회, 경로잔치 등 지역 행사 일정에 참석했다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더 많이 올라와 있다.

이런 배경에 다음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한국당 등에서 ‘현역 물갈이론’이 등장함에 따라 정치 신인들의 대거 등장이 예상돼 현역 의원들의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또한 비례대표들도 지역구 도전 의사를 밝히고 일찌감치 지역 사무소를 내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받는 압박은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대표는 신인 가산점 없어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하려면 1차 관문인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일찍이 공천 룰을 내놓은 민주당은 권리당원 잡기에 혈안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일 다음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 신인의 참여를 늘리는 내용의 공천룰을 공개했다. 최종 의결은 오는 7월 1일이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전원이 경선을 치르고 정치 신인에 대해서는 공천심사에서 10~20% 범위에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언뜻 보면 정치 신인에게 유리해 현역 의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공천 방식이 권리당원 50%와 안심번호 50%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국민참여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권리당원을 확보할수록 보증 가능한 자기 표를 만들 수 있어 지역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 유리한 실정이다. 민주당은 오는 8월 1일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현역 의원들이 언제 정상화 될지 모르는 국회일정을 틈타 지역구 민심 훑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여당의 한 비례대표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우리(비례대표)는 신인 가산점이 없고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불리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지역구 일정을 늘리고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지역구에 올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권리당원도 열심히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현역이기 때문에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을 수 없고 재선 이상의 의원들과 비교했을 때 지역구에서 인지도는 떨어진다. 지역구 정치에서는 신인인 셈이다. 국회가 열려 의원들이 중앙정치에 몰두한다면 본인이 시간을 틈틈이 내서 지역 인지도를 쌓을 수 있지만 국회 공전으로 인해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눌러 앉으니 답답한 상태다. 결국 비례대표가 이번 경선 룰의 최대 피해자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국회가 열렸을 때보다 지역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 권리당원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당에서 7월 말까지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순 없지만 올해 초보다 권리당원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지역위원장들은 대부분 현역 의원이 맡고 있다. 현역 의원이 아닌 곳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패배를 맛본 사람들이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시장 등 자치단체장이나 전직 의원, 기초의원 등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정치 신인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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