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너무 바쁘게 살다보면 꼭 해야 할 일을 잊기도 하고 때로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까지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어떤 때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나를 위한다는 일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구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은 절대로 적극적인 삶을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삶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내 스스로 나의 존재가치를 인정 안하는 것과 같다.수년 전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고개숙인 남자들 이야기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직장에서 뼈 빠지라고 일한 나머지 겨우 경제적 안정을 이루었지만 아내와 자식들로부터는 왕따 당하는 남자들 이야기, 반대로 경제적 무능 때문에 설자리를 잃고 있는 남편과 아버지들. 이래저래 기를 못 펴고 사는 남자들이 늘어만 가는 이유가 자명하다.태고이래 우리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만고불변의 본능적 진리가 첨단문명과 더불어 더욱 만개하는 까닭이다. 옛날 같으면 적당히 농사지어 먹고 살고, 해지고 나면 식구들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알콩달콩 정담을 나누고, 해 뜨면 또 각자 제 할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사람을 유혹하는 게 너무 많다. 가는 길이 멀고 힘들 때는 말 한필만 있으면 천지간에 부러울 게 없어보이다가도 막상 말 등허리에 타고나면 생각이 씻은 듯이 바뀌어 더 편해지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의 속내다. 이렇게 보면 능력 있다는 쪽이나 없다는 쪽이나 가족에게 만족감을 안기기에는 애시 당초 틀린 노릇이지 싶다. 예외적인 극소수 가정을 빼놓고는 말이다.그렇다면 우리 사회 모든 가정이 낙엽 떨어지는 이 가을에 한번쯤 내 집 사정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남편은 아내의 입장에서, 아내는 남편의 입장에 비춰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또한 자식에게 심어져있는 부모에 대한 인식이 바른지, 만약 잘못돼 있다면 어떻게 잘못된 것인가를 빨리 읽어내지 못하면 내 가정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을 가꾸고 있는 셈이 되고 만다.근래 가족 집단자살 사건을 비롯한 가정 침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생활에 지친 가장이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나를 잊어버린 채 순간적으로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면 앞으로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더한 자살풍조가 일어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들이 세상이 나서서 말리고 달래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방법은 단 한 가지 나를 잊어가는 사람들이 빨리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아내와 남편, 즉 인생동반자의 강한 동반의식이 아주 중요하고 절실하다. 옛말에 효자자식 열 명이 악처 한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 한마디 말이 사람 사는 사회의 가장 큰 교훈이요, 지혜일지 모른다. 하기 좋은 말들이 모든 만남과 헤어짐이 인연 따라 가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인연을 만드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운명을 말하기 전에 인연을 소중히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남과의 만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도 철저할 수가 없다.오로지 자신위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 외톨이가 돼버린 나를 발견했을 때는 그 허망함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를 잊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어디에서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을 수 없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