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 해상에서 노르웨이 선박과 일본 업체가 임차한 선박 등 유조선 2척이 어뢰 공격을 받자, 미국은 이란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협상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함에 따라 양국간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폭등하는 등 국제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 이어 정부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등 한국 경제에 드리운 암운도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간한 그린북(Green book)’(국내외 경기흐름을 분석한 경제동향보고서)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미중 통상마찰의 확대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반도체 수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도 좋지 않아 미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미 이달 초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경기의 하방 위험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슬쩍 애드벌룬을 띄우기도 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경기의 하방 리스크를 이야기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온 국내 정치적, 정책적 요인은 쏙 빼놓은 채, 대외여건의 불활실성 만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출 및 투자가 이미 침체에 빠진 연초부터도 우리 경제가 부진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조정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현해 왔다.

물론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가 부진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 경제 상황이지만 생산자체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6개월이나 연속적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투자 자체도 감소하면서 이젠 정부도 온통 빨강색인 경제 지표에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정부 기관들은 이미 실물지표의 부진을 경기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경기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출 및 투자 부진은 계속됐지만 생산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플러스로 전환된 점을 들어 부진의 대상이 실물지표에 한정될 뿐 전체적인 경기부진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왔다.

, 우리 경제가 아직 진짜 경기 부진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와 투자와 수출 및 소비 등 경기 보강 과제를 발굴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경기 상황과 관련해 정부 기관별로도 엇갈린 시선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 정부는 불확실성 탓에 디플레이션 등을 함부로 예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전월보다 3.7포인트 하락하고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경기실사지수(BSI)2포인트 하락하는 상황을 보고 있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말인지 막걸린지온통 헷갈릴 뿐이다.

경제는 곧 심리. 괜한 애드벌룬을 띄워가며 뜨뜻미지근하게 인정하지 말고 말인지 막걸리인지를 분명히 하면서 국민에게 진심어린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만할 때다.<서원대학교 교수/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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