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비례대표 47인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이 아닌 ‘지역구’ 의원을 노린다는 포부로 지역구 텃밭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그동안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을 알렸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당에 보답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야 한다는 부담도 동시에 갖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비례대표 의원 지역구 선정과 관련해 ‘험지 출마론’도 거론된다.

20대 국회 비례대표 47인 2020년 4.15 지방선거 출마 예상지
20대 국회 비례대표 47인 2020년 4.15 지방선거 출마 예상지
20대 국회 비례대표 47인 2020년 4.15 지방선거 출마 예상지
20대 국회 비례대표 47인 2020년 4.15 지방선거 출마 예상지

 

-‘험지’ 찾아가는 비례대표 의원들…‘인지도 상승’ 위해 지역 동분서주
-‘중앙정치’ 안 하느냐는 비판에 “국회가 돌아가야 활동하지…”


비례대표 의원들은 정당으로부터 국회 입성의 기회를 받은 이들이다. 우리나라는 제17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에 각각 한 표씩 투표한다. 이 득표수를 비율로 환산하고 해당 비율만큼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게끔 했다. 이를 통해 선출된 이들이 바로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 때문에 재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출마지를 선택할 때 타당이 강세를 보이거나, 다선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도전한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연고지’ 우선이지만… 당 외연 확장 ‘고심’

지난 선거의 판세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였다. 민주당은 지난 선거에서 보수세가 강하다고 분류되는 지역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하는 등 쾌거를 누렸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역구 25곳 가운데 24곳에 민주당 깃발이 꽂혔다. 자유한국당은 서초 한 곳을 확보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출마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서초에서 26년째 살고 있다”며 “내가 살고,  내 자녀가 초·중·고를 다닌 곳이다. 자연스럽게 이곳을 출마지로 정하게 됐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의 핵심인 곳”이라며 “당이 나에게 비례대표라는 기회를 줬기 때문에 험지에 가서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출마 지역 선택에 있어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은 자신의 거주지나 고향 등 연관 있는 곳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만 타당이 강세를 보이거나, 다선 의원이 있는 지역 등 ‘당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곳인가’도 고려 항목에 포함한다. 

권미혁·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각각 경기 안양동안갑과 경기 화성갑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해당 지역의 현역의원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과 서청원 한국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6선, 서 의원은 8선 국회의원이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세종 출마설이 돌고 있다. 이 지역은 7선을 지낸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지만 이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무주공산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양동안을에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모두 3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이 지역은 심 의원이 내리 5선에 당선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이 의원은 “국민 여론 가운데 다선 의원에 대한 인물교체론도 있다”며 “다만 새로운 사람으로 바꾸는 것으로 자족하지 말고,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곳은 민주당이 국회의원을 한 번도 당선시키지 못한 곳이다. 현재로서는 ‘험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면서도 “지역 주민들에게서 조금씩 민주당을 향한 애정이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그동안 받았던 지지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그대로 안아보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마자인 추 의원은 “지역을 다니며 안양 시민들을 만나면 오랜 시간 이어진 기득권 정치,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많이 토로한다”며 “그만큼 안양은 진보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비례대표 의원들이 이 지역에 몰린 것에 관해 추 의원은 “안양시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과 시민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러 의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주민 스킨십 ↑… 표밭부터 일군다

지역구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서는 주민과의 스킨십이 중요하다. 이미 지역구에서 당선돼 표밭을 일군 의원들은 이 과정이 보다 수월하지만, ‘텃밭’이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에게는 뿌리를 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이 때문에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출마지를 정한 뒤 지역사무소를 개설해 지역 주민과의 교감을 쌓는다. 개중에 발 빠른 이들은 2년여 전부터 지역 활동을 하기도 한다.

추 의원은 “정의당에게 안양은 특히 더 소중한 지역이다. 현 비례대표 의원 중 제일 먼저 2017년 5월부터 안양에 들어와 민심을 살폈다”며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한 지역구 의원들에 비해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몇 번이고 찾아와 이제는 많은 분들이 반겨주신다”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목포’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 지역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3선을 한 그의 텃밭이다. 또 목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상징성을 갖는 곳이다. 그만큼 국민의 정부 출신인 박 의원에게 이점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 원내대표는 18·19대 총선 당시 이 곳에 도전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윤 원내대표는 “목포는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온 역사가 있는 도시다. 정체된 것에 대한 변화 요구가 높은 지역”이라며 “기존의 방식으로는 목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이치처럼, 목포의 정치에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역 주민이 겪는 현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전진시키기 위한 길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지역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며 “의원실에서 ‘지역과 중앙을 잇고 현장과 국회를 잇는다’는 말을 사명(社命)처럼 쓴다. 지역 활동이 국회와 중앙으로 이어져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정당들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거나 상징성을 지닌 이들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뽑는 경향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이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된 입법 활동 등 중앙 정치에 주력하지 않고 ‘지역구 방문’에 골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들은 각 분야의 대표성, 전문성, 상징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된 인물들”이라며 “국회도 안 열리고, (양당이) 대립하는 상황인데 비례대표가 중앙정치에 몰두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나.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원만하게 돌아가야만 (비례대표들이) 상임위 등에서 활동할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패스트트랙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돼 내년 총선 판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거론된다. 지역구 획정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각 정당은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추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오랜 시간 이어진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뒤로 하고, 국민들의 민심 그대로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진정으로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민의의 전당이 완성될 것”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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