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꽃’ 부상이냐 ‘손해의 시작’이냐… 양날의 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시설배치계획도 [제공 : 국토교통부 광역환승시설과]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삼성동 소재 코엑스와 잠실을 잇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지정이 지난 10일 최종 승인되면서 주변이 들썩이고 있다.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이 단순한 교통망 구축 사업을 넘어 ‘투자의 꽃’으로 부상하거나, 혹은 ‘손해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는 반응이다. 일요서울은 ‘2023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착공’에 대한 지역민심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아봤다.

2023년 개통 예정, 하루 이용객 60만…글로벌 HUB 될까

교통혼잡·치안 문제 등 우려도… 꾸준한 관심과 보완이 핵심

연내 착공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상에는 부동산 관련 투자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이들은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강남불패’를 외치고 나섰다. nkki****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삼성동은 국제교류와 비즈니스 중심인 만큼 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며 “이 외에도 서울시에만 종합 역사가 5개 이상은 돼야 해 추가적인 개발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토부 광역환승시설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역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고 나면 교통 이용객만 하루 60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대중교통 허브(HUB, 장소나 활동의 중심지·중추)가 될 것”이라며 “관계기관 협의와 한국교통연구원 등 전문기관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교통개선대책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보완한 결과”라고 밝혔다.

유동인구 증가로 지역 경제 ‘활활’

‘2023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건설이 마무리되면 삼성동 일대는 그 규모가 연면적 16만㎡로 동양권 최대에 이르는 교통/상업시설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이는 삼성동을 포함해 인근 대치동, 청담동 등의 강남 땅값이 오르고,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상권 경제가 활성화돼 투자 열기가 솟는 결과로 직결된다. 앞서 2016년 12월 오픈한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나 수서, 동탄의 선례만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특히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와 가장 유사한 형태인 동대구 광역 민자 복합환승센터는 문을 연 지 1년 만에 이용객이 16.3%(292만1000여 명) 증가했고, 인근에 위치한 분양단지에 대한 청약경쟁도 치솟았다. 지난해 4월 분양에 나선 ‘복현 자이’의 경우 251세대 분양에 4만3025명이 청약했고, 평균 171대 1, 최고 90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동 일대는 이미 ‘노른자 땅’으로 비유될 만큼 서울 부동산 시장에 중심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데다가 옛 한전부지에 현대차그룹의 사옥으로 쓰일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설 계획과 맞물려 삼성동 일대 땅값은 4년 전에 비해 50% 이상 상승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삼성역 개발을 통해 일대 강남권의 시너지가 생기고 결국 집값 상승의 동기로 작용해 매도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일대뿐만 아니라 영동대로와 인접한 강북지역(성동구, 광진구)의 땅 값 상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진구 거주 이모씨(54)는 영동대로 개발 소식을 두고, “영동대교·청담대교를 기점으로 구가 나뉘는 만큼 땅값 영향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한강변 주택과 아파트 등 거주민들에게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공공·상업시설의 중심지가 되면 지역 경제 또한 한층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2016년 12월 스타필드 코엑스몰 입점과 2017년 별마당 도서관 개관 등으로 주목 받는 코엑스는 광역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수영 코엑스 홍보팀 팀장은 “공공·상업시설 방문객 증가와 함께 전시·박람회 또한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국제교류복합지구를 비롯해 서울시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대료 상승으로 힘든 자영업자

반면 이번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이 도리어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함께 쏟아졌다. 임대료·관리비 상승 걱정을 둔 기존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자영업자는 “유동인구가 많아질 것이라 기대가 되지만 한편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가게 임대료 부담에 벌써부터 걱정된다”며 “적정 수준의 임대료·관리비나 생존권을 보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엑스 인근 한 상가건물 내 고깃집은 지난해 임대료·관리비가 각 500만 원·55만 원에서 각 500만 원·85만 원으로 약 54.5%나 올랐다. 공시지가가 상승한 만큼 임대료·관리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광역복합환승센터에 따른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치안 문제와 함께 지역 혼잡도 걱정했다. 지상광장과 공공·산업시설을 갖춘 광역복합환승센터가 조성되면 삼성동 일대의 랜드마크로서 관광지 역할을 떠맡게 된다. 철도 교통수단이 발달한 유럽이나 미주 지역은 이미 광역복합환승센터 운영에 나서고 있다.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등의 목적이 많은 만큼 많은 유동인구를 수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하지만 역 인근에 유흥 시설이 생겨나고, 범죄 발생율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도 대두됐다. 비교적 치안 수준이 높은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기간 복합환승센터로 지정된 서울역이나 대전역(BRT), 부산역 주변만 보더라도 범죄 피해에 대한 암묵적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혼잡한 교통 문제도 인근 주민들의 근심거리다. 광역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는 사업구간은 소위 ‘지옥같은 출·퇴근길’이라 불리는 테헤란로 와도 맞물린다. 이곳에 광장형태의 그린랜드가 조성되면 통행에 더 큰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다. 최모씨(31)는 “자동차로 테헤란로를 지날 때마다 교통체증으로 지치는데, 회사가 많은 삼성역 일대에 광장까지 조성되면 더 혼잡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에는 서울 잠실 소재 제2롯데월드 완공을 앞두고 교통량 폭증이나 혼잡 등의 문제로 주민들의 반발이 일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기존에 비해 교통 혼잡 등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정화 서울시 동남권사업과 팀장은 “기존의 도로를 유지한 채 지상광장이 들어서는 일부 구간만 지하화해 승용차 통행을 가능케 할 계획”이라며 “현재 영동대로 구간에 설치되지 않은 중앙버스 차로를 설치하는 것뿐 통행에 따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위원장 최기주)에 따르면 광역복합환승센터는 지정 고시,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 개발실시계획 승인 등 후속절차를 거쳐 오는 12월에 착공해, 2023년 개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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