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외연확대 움직임을 본격화시킬 전망이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외부 수혈작업은 말할 것도 없이 위기의식의 발로에서이다. 당 외부인사 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형오 의원은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는 명쾌한 승리를 얻고서도 본게임(대선)에서는 두 번이나 패배한 까닭이 뭔가 2%의 부족 때문이었다는 진단을 했다.바로 그 2%를 채울 수 있는 처방이 인재 영입이라는 설명이다. 여당에는 정치적 소양을 길러왔던 소위 ‘꾼’들이 넘쳐나는 반면, 한나라당에는 엘리트 중심의 ‘책상형’이 많다는 김의원의 발언은 향후 한나라당의 외부인사 영입방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영입위원회는 이미 900명 정도 주요인사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도 마쳤다고 한다. 또한 한나라당은 보수주의자 뿐만 아니라 보수비판세력, 합리적 반미주의자, 합리적 진보주의자도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100%수용은 힘들더라도 귀는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2%채우기가 말처럼 순탄치만은 않을 조짐이다. 벌써부터 공천문제를 둘러싼 당내 기류가 심각한 양상을 띤다.영입위가 영입작업의 걸림돌을 제거키 위해 내놓은 ‘광역단체장에 대한 전략공천 가능안’에 대해 당내 단체장 후보들의 노발대발하는 모습이 한치의 양보도 없을 태세다. 이들은 승리를 위해 넓게 보고 영입작업은 해야 하지만, 당내에도 두루 인물을 갖춘 만큼 후보경선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모자라는 2%를 채우기 전에 오히려 2%를 더 잃을 공산이 없지 않다. 10·26재선거 압승으로 모처럼 휴면기를 맞은 한나라당의 내부갈등이 당내 광역단체장 후보들과 영입위, 또 당지도부간의 3각 갈등으로 재현될 경우 2%의 부족함이 4%의 부족현상으로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옛말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말이 있다. 조직의 생리가 바로 그런 것이다. 모든 조직은 발전과 성공을 목표로한다. 그러기 위해 터를 넓히고 담벼락을 높이는 기반 확충작업을 쉼 없이 계속하기 마련이다. 조직 울타리를 싸고 있던 돌이 작고 보잘것없거나, 겉보기 덩치만 그럴듯해보였지 실제 강도가 푸석돌처럼 허약한 것으로 판명되면 다른 단단하고 큰 돌로 교체하여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조직발전을 위한 기초적 수단일 것이다. 이런 기본적 이치를 외면하는 무사안일한 조직이 뭔가 다른 이득과 승리를 얻겠다고 나서는 자체는 고약하고 지독한 넌센스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더욱이 집권을 목표로 삼는 정당에 있어서야 시대흐름을 동반하는 당내 물갈이, 돌갈이 작업은 역사적 필연일 것이다.지금 한나라당은 모처럼 높아진 지지율에 힘입어 한껏 고무된 분위기에서 정권 재창출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꿈에 부풀어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재·보궐선거가 던진 의미의 핵심도 모른채 말이다. 냉정한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 신념도 없고, 배지나 달고 웰빙하려는 것 같다는 쓴소리를 주저치 않는다. 그런 쓴소리 가운데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괜찮은 인재들을 영입해서 망쳐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마당이다.이만하면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얼마만큼인가를 스스로 알 법도 하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가 ‘IMF이후 가장 큰 충격은 두 번의 대선패배’였다며 ‘가슴 아픈 것은 정권을 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무능한 정권이 들어서서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것’이라고 한 말을 곱씹어야한다. 한나라당이 지금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한 몸부림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더 좋은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지가 않다.한나라당에 옳은 명의(名醫)가 있다면 ‘2%부족’이라는 진단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