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한 것이다. 자신과는 별 이해관계 없는 일에도, 또 무슨 일이 시덥잖게만 보이다가도 남이 기를 쓰고 덤비면 덩달아 소중한 관심을 가진다. 반대로 퍽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을 남이 전혀 관심을 안 나타내면 스스로의 판단에 의구심을 일으키며 생각을 접는 경우가 없지 않다.까닭이 분명하다. 우리 모두 의심하는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하는 심리를 이용해서 음흉한 목적을 달성 시키거나 성공한 예가 드물지 않았다. 예컨대 누군가가 뚜렷한 설명 없이 사람들을 풀어 공중에 날아다니는 잠자리 잡기에 나서서 잠자리 한 마리에 100원씩의 값을 지불한다고 치자.이때부터는 잠자리 보기가 매우 힘들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턱없는 잠자리 예찬론이 세상 밑도 끝도 없이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쯤에 풀려나는 잠자리 한 마리 값은 살찐 씨암탉 한 마리 값보다 비싸지지 말란 법이 없다. 언젠가 불개미가 정력에 좋다 해서 요란을 떨고 법석이 난 적이 있었다.병법에도 의심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이 태반이다. 제갈공명이 촉한의 군사를 이끌고 양평도에 주둔했을 때의 일이다. 부하 장수에게 주요 병력을 내주어 동으로 진격케 한 뒤 자신은 겨우 몇천명 군사로 성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위나라 장수 사마의가 이끄는 20만 대군이 성 밑으로 물밀듯이 진격해 오는 게 아닌가. 사마의는 미리 정찰병을 보내 제갈량의 병력이 얼마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제갈량은 떠나보낸 군사를 다시 불러 들일 수도 없고 그대로 싸우기에는 족탈불급(足脫不及)의 상황이었다. 더욱이 성을 지키는 장병들의 동요로 봐서 수성은 꿈도 못 꿀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제갈량은 꿈쩍도 않은 채 태연히 병사들에게 기를 내리게 하고 북치는 것을 중지하라고 명했다. 그리고는 네 개의 성문을 모두 개방해 길을 깨끗이 쓸고 물을 뿌리게 했다.사마의는 제갈량이 이처럼 새삼 성의 무방비함을 강조하는 것이 여간 미심쩍지가 않았다. 반드시 복병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곧 책략에 말려들 것만 같은 두려움에 급히 퇴각명령을 내리고 만다. 나중에야 속은 것을 안 사마의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그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심리전이란 게 뭔가. 의심하는 마음을 한껏 부추기고 이용하는 전법이다. 의심이 많다는 것은 곧 소신이 없다는 말과 통한다. 비록 내심으로는 자신이 없어 두렵더라도 그걸 내색지 않고 평정을 가장함으로 휘하 조직을 안심 시킬 뿐 아니라 적에게는 의혹과 불안을 줄 수 있는 심리전의 요체, 진정성이나 소신에 의한 노력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역설을 가능케 한다.근래 부쩍 국민을 위한다는 잠룡군의 기염이 느껴지지만 국민반응은 거의 냉소적에 가까운 지경이다. 혹여 자신을 너무 몰라준다고 국민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민감한 시대에 정치에 관심 없어 하는 민심이 안타깝다 못해 수준 낮고 어이없다는, 정말 적반하장의 기막힌 상념에 빠져 있는지도 더러는 알 수 없을 일이다.그러나 국민은 어리석지 않을 뿐더러 마음을 숨기고 가장하지도 못한다. 흐르는 물만큼이나 투명한 민심이다. 지금 이 땅 백성들에게는 아마 이 한 가지 생각만은 확실할 것이다.오늘의 형국이 위선과 위장의 천재가 되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는 세상에 와있다는 요지부동의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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