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를 고비로 시끌벅적하던 5·31지방선거 여야공천자 윤곽이 대충 마무리된 듯하다. 예상했던 대로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기류가 예사롭지 않다.지역에 따라서는 법적 문제까지 일으킬 조짐이 농후하고, 어제의 편끼리 갈라지고 찢어지는 모습이 가히 목불인견이다. 선거 시작도 하기 전에 정치를 혐오해서 혀를 차는 소리가 방방곡곡에 차고 넘친다. 가뜩이나 어렵고 불안한 나라 현실에 절망감을 숨기지 못하는 터에 빚어지는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끓는 민심에 기름 붓는 효과를 낸다.그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 투표율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짐작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당선자의 대표성을 인정받을 만은 할지 의문스럽다. 이런 사정에도 정치권은 눈도 꿈쩍 않은 채 선거 가상 시나리오에 맞춘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 없다. 심지어 투표율이 최고로 낮기를 바란다는 기막힌 소리도 들린다. 이 사람들 속내는 차라리 모두가 기권해서 자기들끼리 선거하면 아주 희한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할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노인들은 투표안하고 집에서 쉬시는 게 좋다는 말도 나왔음직하다. 겨우 흥미 있고 관심 끄는 것으로 나타난 서울시장 선거전이 이미지정치, 감성정치의 극을 이룰 전망이면 이 땅 미래정치는 이제 볼장 다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왜냐하면 서울에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20%이상이 살고 있다. 또 서울시민이 내는 세금이 국가 세수의 40%이상을 차지한다. 게다가 예금고가 국내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그럼 서울은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축소할 뿐 아니라 나라의 가능성을 축소하기 때문이다.국내 제반 사회문화가, 한낱 옷가지 하나의 유행까지도 서울바람이 휩쓸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가 지도자적 역량을 다투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더 화제를 모으고 만드느냐에 치중한 여야 선거 전략이면 이번 지방선거의 총체적 양상은 불문가지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민생 도탄은 아예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그 같은 정치 작태에 우리는 싫어도 놀아나야 할 처지다. 마냥 맥없이 정치집단에 끌려 다니는 초라해 빠진 국민신세가 슬프고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하긴 잘난 정치 덕분에 대박 터뜨릴 기회가 아주 없진 않다. 잔재주로 선거 돈 몇 닢 얻어내서 신고하면 자그마치 50배나 튀겨 낼 수 있으니 이 불황에 안성맞춤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행여 고래 잡는 짓 들킬까봐 송사리 미끼로 메기 잡는데 제대로 한번 신경써보라는 식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서로 눈에 불을 켜도록 해서 사람 사는 세상에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아주 실감나게 가르칠 모양이다.민심을 교묘하게 왜곡해내는 절묘한 정치기술을 혹 세계 시장에 내다팔면 이까짓 경제 불황쯤 하루아침에 해결될텐데 왜 그 생각을 진작 안하느냐는 조소가 일 지경이다. 또한 정권 386실세들 간의 불협화음은 참여정부의 한계를 느낄 지경이고,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친노(親盧), 반노(反盧)’의 싸움은 국론분열의 촉매가 될 기운이다. 정치인의 애국수단이 강하고 거창하게 따로 구분될 수 없다. 민심은 다만 나라를 위해 나를 버릴 수 있는 정치를 오매불망할 뿐이다. 화제중심의 이미지 정치가 나라를 얼마나 더 망쳐 놓을지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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