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선거 판세 뒤집기를 선언했다. 이를 위한 국민 마음 열기에 총력을 다 한다는 열린우리당의 다짐이 비장스럽다. 더욱 낮추고 겸손하면서 국민 앞에 무릎 꿇겠다는 자세가 처연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정동영 당의장이 5·31지방선거 후 당선자 전원에 대해서 특검을 통한 청소 주장을 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자당을 포함한 당선자 모두가 부패한 당선자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논리였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아리송했다. 목적은 분명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일 텐데 너무 공격적일 것 같아 열린우리당을 끼워 넣은 말인지, 아니면 정말 자기 당 공천자들조차 부패해졌다는 경고성 고백인지, 그것도 아니면 선거 막바지 야당기세를 꺾어놓으려는 압박내지 협박용인지 속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지 분명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초조함이 좌충우돌을 나타낼 수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초조하고 급해진 열린우리당이 다시 국민 마음을 열겠다고 한다.늘 버릇처럼 여닫고 드나들던 현관 앞 문짝도 급히 열려면 잘 안 열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생겼다. 이런 이치가 지금의 열린우리당 형편에 통할 리 없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당의 명운을 가를 절체절명의 비수처럼 여겨질 수 있다. 혹 어이없을 정도로 참패하면 정계개편론이 고속주행을 서둘 것임에 틀림없다. 총선 전 이해에 맞춘 이합집산이 또 이루어지고, 그렇게 되면 중심축에 큰 변화가 생긴다. 더 속이 타는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최소한 호남표만이라도 결집시키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끝내 광주경선마저 무산시켜버렸다. 뭘 가지고 국민 마음을 열겠다는 건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서울 경기지역에서 집중 홍보하고 있는 강금실, 진대제 후보의 눈물 흘리는 사진 한 장으로 유권자 마음이 열릴 것인가? 모르긴 해도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에 마음을 적셨던 국민 감정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는 애시당초 접는 게 맞지 싶다.갑자기 몸 낮추고 겸손해진다고해서 흔들릴 민심이 아닐 것 같다. 어느 수녀원 수녀님들이 중증 치매노인들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한없는 낮은 자세로 돌보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은 정동영 당의장이 많은 반성을 했다고 한다. 어떤 반성을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 속마음까지야 들여다 볼 수 없는 일이지만, 다만 확실할 것은 지난 3년 동안의 여권정치가 온갖 갈등을 양산시켜 민심을 불안하게 만들고 분노케 했다는 성찰을 빼놓을 수가 없었으리라. 백약이 무효라는 판단도 마땅히 했을 것이다. 오로지 읍소해서 동정론이 일도록 감성을 자극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목전 선거 지휘탑으로서 당연한 변모일 것이다. 당 지지도가 죽을 쑤고 있는 마당이니 더 어쩌겠는가. 그런데 그 방법이 과거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지역주의 극복’을 내동댕이치고 가는 곳마다의 지역정서 자극에 매달리는 짓거리면 국민을 또 한 차례 바보로 만들어 놓겠다는 심사에 다름 아니다. 저들 눈에는 더 이상 바보 되지 않기 위해 눈 부릅뜨는 국민모습이 영 안 비춰지는 모양이다. 근자 여론조사로 드러난 20대의 반란을 주목해도 자명한 해답이 보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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