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름 가량 우리는 치열한 5·31 선거전을 관전했다. 많은 것을 느꼈을 줄 안다. 잘못되고 더러워진 선거풍토가 어느 정도로 서로의 증오를 키우는가도 똑똑히 봤을 것이다.선거 유세에 나섰던 제1야당 대표가 백주의 중인환시리에 거침없이 피습당하는 유례없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예리한 칼날에 난자당해 선혈을 쏟으며 병원 수술대에 실려 간 사람을 놓고도 선거판 손익계산에 분주했던 이 나라 정치판이다. 그런 이 땅 정치권이 입으로는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달고 사는 세상이다. 소름끼치게 무섭다는 생각뿐이다. 해방 후 60년 정치사상 초유의 슬픈 역사가 기록된데 대해 자탄하는 모습은 간곳없이 성형수술 어쩌고 했던 기막힌 공방,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습격을 정당화하는 글까지도 적잖이 올라있었다. 하늘 부끄러운 노릇이다.그동안 수많은 타락, 혼탁선거를 경험해왔지만 이런 증오의 선거판을 관전했던 적은 일찍이 없다. 무엇을 위하고 뭘 얻자는 선거인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다만 그 거창했던 선진국 진입 구호가 이렇게 결실 맺고 있다는 자괴감만이다.지방선거가 이 정도면 앞으로 있을 총선 대선에서는 몇 곱절 더한 증오의 정치 실태를 확인케 될 것이 틀림없다. 국민은 미리 강심장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정치가 이러니 공무원 사회가 또한 분주했다. 5·31 윤곽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유력후보에게 눈도장 받기 위한 줄서기 노력이 아주 눈물겨워 보였다고 한다. ‘선거 때 처신이 4년 장래를 좌우한다’는 학습효과가 공직 전반에 한 점 유감없이 발휘된 모양이다.그럼 5·31후의 우리 유권자들은 싫든 좋든 또 한 차례 꿀 먹은 벙어리로 그 귀추를 관전케 될 것이다. 전임자의 측근들이 하나하나 숙청될 것이 뻔하고 그 자리에 당선자의 내 사람 심기가 착실하게 이루어질게다. 이렇게 공무원 세계가 한바탕 요동치고 나면 그만큼 또 증오가 쌓이게 될 것이다. 증오와 대립의 후유증은 우리의 공복들이 4년 동안 복지부동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 확실하다.숨죽인 집단에 생동감이 날 리 없다. 인사 권력자의 독선만이 판을 칠 것이며 신 토호세력의 발호가 역시 대단해질 것이다. 이런 꼴이 선거 끝난 뒤 유권자들 관전 프로그램의 첫 차례일지 싶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만약이면 4년마다 우리는 꼭 같은 상황을 맞이해야한다. 더욱 안타깝고 두렵다. 어떻게 하든 특단의 대책이 서지 않고서는 지방권력의 독선과 부패를 막을 길이 요원해 보인다. 중앙부처도 다를 게 없겠지만 특히 자치단체 직원들이 단체장 1인에게 집중돼 있는 인사권을 공포로 의식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때문에 새로 자치단체장에 당선된다는 사실은 한손에 산하 공무원들의 숨통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고 다른 한손으로는 지역 업자들의 밥통을 움켜잡는 대박횡재(?)일시 분명하다. 그러면 초선도 아닌 다선의 국회의원 출신이 한낱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기 위해 수억대의 현금뭉치를 싸 만들어 싣고는 도둑고양이처럼 호텔지하 주차장으로 기어든 사연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유권자는 단지 이 땅 정치판의 속절없는 봉일 따름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