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선거정국을 강타했던 한나라당의 싹쓸이 태풍이 여타 정치권을 경악시키고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지 두 주째다.심한 내홍에 휩싸인 열린우리당 모습이 보기 민망스러울 지경이다. 처음 며칠에는 아주 정곡을 찌른 자성의 소리가 쏟아졌었다. 그런 것이 이제 하루가 멀게 다른 목소리를 낸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오히려 개혁을 주춤거렸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진다.말하자면 참여정부가 내놓은 개혁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를 못해서 지지층의 이탈을 불렀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까지도 ‘참여정부의 일방통행식 개혁정책 강행’이 선거참패를 초래했다고 격앙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여권의 내홍과 분란이 이 정도면 열린우리당이 현 모양새를 온전히 유지할 것 같지가 않다. 리모델링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또 한 차례 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한 이합집산의 합종연횡이 시간문제지 싶다. 한편으로는 전국에 걸쳐 무수히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선거송사를 예의주시해 보겠다는 속내일 것이다. 모조리 한나라당 당선자를 상대로 빚어지는 선거 후유증이니만큼 여권이 안달할 일도, 겁낼 일도 없다. 다만 한나라당의 커지는 상처가 더 깊어지고 곪아 터지기만 고대하면 될 것이다.한나라당은 이런 가운데 진작 우려돼왔던 리더십 위기 국면까지 함께 맞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자면 당헌 당규에 따라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는 당권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이달 17일에 박근혜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하고 나면 당내 대권 후보를 꿈꾸는 사람은 당권에 도전치 못한다. 지도력 부재현상이 충분히 염려될 수 있는 상황이다.어지간한 지도력 가지고는 지방선거에 사실상 완승해서 들떠있는 당 하부조직 군기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제정신 못 차리면 5·31 국민 성원은 엄청난 분노로 풍향이 바뀔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식구들은 국민이 결코 한나라당이 미덥고 좋아서 그 많은 지지를 해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심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여권정치가 조금만 겸손해서 국민 마음을 알아줬더라면 선거결과가 판이해질 수 있었다.모르긴 해도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한나라당을 혐오하는 반사이익이 고스란히 열린우리당 몫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런 터에 한나라당이 종래의 계파싸움에 혈안 돼 제살을 깎고 국민 생각을 오판하는 어리석은 작태를 보이면 국민은 또 한 번 절묘(?)한 선택을 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일테면 국가 정책 하나 손댈 수 없는 지방 자치권을 한나라당에 몽땅 맡긴 다음 큰권력(大權)은 내년 연말 다시 현 여권에 주는 반면 2008년 총선 결과를 또한 여소야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같은 징크스를 만들고 안 만들고는 오직 한나라당 하기에 달렸다. 국민이 더는 한나라당에 무작정 관대하지 않을 것임을 정치밥 먹는 사람들 모두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소탐대실을 우려할만한 징후는 벌써부터 당 안팎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은 선거에서는 이기고 큰 선거에 지는 것이 한나라당의 한계라는 냉소가 사라지지 않은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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