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월드컵축구 열기로 들떠 있다. 2002년 기적 같은 한국 축구 4강 신화를 창조했던 붉은악마들의 열띤 함성이 다시 한 번 전 지구촌을 때린다. 국내 방송3사의 월드컵 관련 방송시간 편성이 하루 평균 무려 18시간대에 이른다.이러니 국민전체가 월드컵에 마취되지 않고 배겨날 재간이 없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노골적이고 큰 이의는 발견되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수백억대에 달하는 방송사들의 월드컵 중계권료를 따지고 이해해서가 아닐 것이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통해있는 까닭임에 분명하다.통(通)한다는 말은 막힘이 없다는 뜻이다. 막힘이 없으면 사방으로 트여져 길이 열리고 이어짐이 순조로워진다. 그러기에 조직사회 건강과 발전을 지키자면 뭣보다 아래 위가 장애 없이 서로 통해야하는 이치는 자명하다. 어떤 조직단체이건 지도자 된 사람이 그 이치를 실천해내서 성공시키면 리더십 덕목으로 최상의 가치가 될 것이다.아무리 대단하고 좋은 목표를 정해놓고 온통 닦달을 해대도 함께 통하지 않으면 결과가 공허로울 수밖에 없다는 교훈은 이번 5·31지방선거 결과가 또 한 번 크게 입증한 바다. 위기로 내몰린 열린우리당이 가까스로 김근태 의장을 새 선장으로 하는 과도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복병 없이 항해가 순조로우리라는 여망은 솔직히 보이지 않는다.김 의장 비대위는 ‘서민경제회복 추진본부’를 설치해 매주 한차례 회의를 열어 주택가격과 사교육문제 및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등에 대한 대책을 단계적으로 내놓을 방침을 세웠다. 추진 본부장으로는 삼성전자사장과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낸 진대제 전 경기지사 후보 등을 거론한다.특히 김 의장은 ‘말뿐이 아니라 모든 눈과 귀 마음의 문을 열고 서민경제 회복의 청사진을 만들어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김근태 의장이 점차 목소리가 커지는 당내 계파별 불협화음을 ‘민생경제 최우선’방침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할 것이다. 다행히 김 의장 체제를 ‘좌파성향’이라며 반대했던 일부 의원들도 김 의장의 중도실용주의적 시장경제 정책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대위 상임위원인 김부겸 의원은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주장할는지 몰라도 당으로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계급장을 떼고 치열 해져야할 것’이라고 했다.이렇듯 표면의 당내기류는 김 의장의 국민 신뢰 없이는 서지 못 한다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뜻을 공감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를 못한 것 같다. 노대통령은 변화는 개혁을 통해 이루어지며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개혁의 진정한 방향은 소비자가 지배하는 정치, 소비자가 지배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춰 친노(親盧)성향 의원들이 일제히 열린우리당의 정책기조가 ‘우향우’하는 경향이 짙다고 공격하고 나선 마당이다.겨우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열린우리당 비대위호에 벌써 격랑이 덮치고 있는 것이다. 끝내 막혀서 통할 수 없는 상황을 각인시킨 채 앞으로 당청(黨靑)의 마이웨이가 탄력을 더할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함께 통하는 것은 다만 월드컵축구경기뿐인 모양이다.7월초 월드컵전이 끝나고 국민이 월드컵 마취(?)에서 깨어나면 하룻밤 새 유일의 낙(樂)이 깨져버린 그 허망함을 또 어째야 좋을지 걱정이다.과거 새마을운동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고 후일의 IMF경제 위기를 어렵사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한마음으로 통했기 때문임을 모를 국민이 없다. 귀밑머리 풀어서 만난 부부 사이도 서로 통하지 않으면 못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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