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화가에게 있어 그림이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느낀 상념들을 풀어낸 고백이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것을 독창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풀어낸 그녀의 작품은 지친 일상 속에서 사색과 치유를 제공하는 매개체로서 그 독자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김수진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꾸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수학교육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지인의 소개로 화실에서 수채화를 배우게 되면서 작가로서의 길이 시작되었다. 비전공자로 시작했기에 활동 초기에는 구상화에 더욱 집중하였고, 스스로 검증 받는다는 생각으로 공모전 출품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녀의 독창적인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져 각종 대회에서 입‧특선만 10여 차례 이상을 했다.

김 작가는 “20대 때는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냈다.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고 적잖이 방황도 했다. 그래서 다시 붓을 잡게 되었을 때 기쁜 마음이 들었고, 이후 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에 편입하여 이론을 배우면서 비구상 작품을 시작했다.” 라고 과거를 담담히 소회했다. 그녀는 이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치료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후 서서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이 삶을 정화시키는 힘인 긍정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김 작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응’ 은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던 자신의 과거를 투영한 작품이다. ‘응’ 이란 단순한 yes가 아니라 yes나 no의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상대방과의 합의점이 생긴다는 성찰을 담고 있다.

김 작가는 “‘응’ 이라는 단어를 세로로 보면 ‘010’ 이 된다, 이를 숫자 0과 1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0은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도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것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는 것을 알면 자신의 삶의 방향이 명확해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언어를 소재로 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핵심으로 쓰이는 방법이 바로 한글을 도식화하여 표현하는 것인데, 이는 언어를 주고 받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맥락이다. 그녀는 “지금 세대 젊은이들은 혼자라는 것에 익숙하다. 한편으로는 지치고 힘든 상태에 익숙해져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림을 그리며 좌절했을 때 남편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전하고 싶다.” 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작품 안에서 솔직한 감정의 표현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해온 그녀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 있다. 바로 경기미술대전에 두 번째로 입선된 작품을 사고 싶다고 연락 받았던 순간이다. 이뿐 아니라 직접 만나지는 못한 상원사 스님은 그녀의 작품을 구매하며 참된 미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남겨주셨다고 한다. 그 덕분에 그녀는 더욱 큰 힘을 얻어 지금까지 작품을 지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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