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선거이건 간에 선거 과정상의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11년 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전면 지자체 민선 1기를 출범 시키면서 맞이한 복병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지역 편 가르기였다. 선거에 이긴 일부 주민 세력이 신 토호세력으로 부상하고 줄 잘 섰던 공직자들이 파격 승진하거나 힘쓰는 부서를 독식한다는 말들이 조금도 헛말이 아니었다.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청외(廳外)부시장, 부군수(?)가 지역사업은 물론 청내 직원들 인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기막힌 소리도 들렸던 터다. 때문에 기초단체의 자치권을 제한하거나 아예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선거제도를 바꾸고 없애야한다는 주장까지 간헐적으로 제기돼온 바다. 급기야 이번 민선 4기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기초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월요일 4기 지자체호의 닻이 올랐다. 하지만 순탄한 항해를 기대하기가 출발부터 어려울 것 같다. 적잖은 지역이 갖가지 선거법 송사에 휘말려있는 사실을 간과 못할 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새 단체장의 직무 첫 걸음에서 벌써 편 가르기의 망조적(亡兆的)발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새 단체장이 들어서자마자 숨찬 격랑이 몰아치는 지역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남권 어느 지역에서는 선거 때 상대후보를 도왔다는 숨은 이유로 한나라당 소속 새 단체장이 산하 고위 간부직의 사퇴를 종용해서 크게 분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으나마나 일이 그렇게까지 된데는 그만한 이유와 까닭이 없진 않을 것이다. 일테면 그들 고위 공무원들이 공무원 선거중립 조항을 어기고 드러나게 선거에 개입한 증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그 같은 증거를 제공한 다른 공무원이 있기라도 하다면 근거가 더 확실할 것이다.그래서 보복인사로 자리 늘려 내편 챙길 요량이면 이보다 더한 망조적 발상이 또 있을 것 같지 않다. 또 전임자가 추진해온 여러 가지 지역사업을 재검토한다는 명분으로 방향을 틀어서 기존 업자들을 내쫓게 되는 때가 신 토호세력의 발호 시점이 될 것도 불문가지일 것이다.퇴진 압박을 폭로한 당사자의 항변 사실이 놀랍다. 그는 신임단체장이 선거기간 중에 자신의 집을 방문해 선거에 도와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었다고 밝히면서 그 때문에 보복을 당하는 것은 사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고 주장한다. 혹 자신이 다른 후보를 지원했다는 오해를 가졌을지 모르나, 그렇다면 신임시장이 집에까지 찾아와 도움을 부탁하고 선거개입을 종용했던 건 도대체 뭐냐는 반문도 있었다. 우리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새로 짜는 판이 이 모양이면 그 지자체의 암울한 장래가 눈앞에 다가서는 듯할 게다. 똘똘 뭉쳐 합심해서 살아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망조가 찾아드니 애꿎은 지역주민들만 불쌍하달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이 시대에 국민이 느끼는 리더십의 가장 절실한 덕목이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뭉쳐 함께 나아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량이다. 새 단체장의 성공여부도 당연히 선거 과정의 갈등을 둘러싼 조직 구성원 간의 어지러운 마음들을 잘 추스르고 다 함께 한번 힘을 모아보자는 마음으로 뭉치는 마인드가 관건일 것이다. 전임자가 추진했던 사업을 독선행정의 산물로 규정해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발상 또한 더 지독한 망조적 독선임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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