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시끄럽던 한나라당 대표 경선이 끝났다. 누가 당대표가 된 것이 국민에게 그다지 큰 관심사는 아닌 듯 보인다.강한 국민 이목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이번 대표 경선 후유증으로 더 심각하게 당 단합과 결속을 해치지 않을지의 귀추에 쏠리는 것 같다. 대표 경선기간 내내 이(李) 박(朴) 대리전 노골화를 주저하지 않았던 한나라당이다. 따라서 대표 경선 결과가 대선후보 경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대표 경선 표 몰이에 종래의 밥그릇 싸움과 해묵은 색깔 시비가 일어나고 상호 뿌리파기가 당 지반까지 뒤엎어 거덜 낼 지경이었다. 신빙성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퍼뜨리고 하는 양이 꼭 수구(守舊)시장 난전(亂廛)이 들어선 듯했다. 설마 했던 북한 미사일 위기 앞에서는 보수꼴통 소리가 싫어서 목소리를 한껏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었다. 놀라서 얼굴 노래진 국민 앞에 겨우 내놓은 한나라당 처방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전면교체와 국정조사 주장이었다.와중에 7·26보궐선거 공천 파동은 한나라당의 자질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단적 사건이 됐었다. 국민 마음이 어땠을까? 모르긴 해도 5·31선거 때 찍은 내 표 내놓으라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절로 나올 것 같았지 싶다. 싹쓸이의 우(愚)를 범하면서까지 국민이 마뜩찮은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준 이유는 그나마 집권 경험 있는 집단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확실한 대안 세력으로 다시 한 번 뭉쳐서 거듭 나주기를 희망해서였다.그런 것이 지방선거 불과 한 달여 만에 국민은 한나라당의 싹수 노란 실체를 확인하고 만 것이다. 대표경선 패배가 확인되자 이재오 후보는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지 못하고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특정 후보의 대리가 돼서 당을 쪼개려한다면 온몸으로 싸워서 새 한나라당을 건설하겠다.”고 격앙했다. 간단히 봐서도 박심(朴心)을 겨냥해 날 선 투지가 활활 타오르는 대목이다.한나라당 안팎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할 대표 경선부터 이 정도면 앞으로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오는 판이다. 이런 마당에서 박심에 힘입은 강재섭 대표 당선이 과연 박 전대표에게 날개를 단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멍에가 되고 발 못 뺄 수렁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여론에서 3등으로 뒤진 후보가 대의원 투표로 역전케 된 부담이 고스란히 박 전대표 몫으로 작용될 것임에 틀림없다.여성 몫으로 이미 최고의원 당선이 확정돼있던 전여옥 의원이 여론표에서 이재오 의원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어 자력으로 당당히 당 지도부 4위 입성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가 누구를 대선후보로 만들어 놓느냐에 걸려있지 않다. 핵심은 당이 어떻게 국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옳은 민주주의 역사에 국민과 떨어져서 패거리 싸움에 이긴 대선후보가 선거에 승리한 예는 없다.한나라당이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대선필패론’이 종적을 감추지 못하는 연유가 바로 그에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개 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 못 된다’는 말이 있다. 뱀 허물 벗듯 수구 본색을 드러내 수구 난전을 방불케 한 한나라당이 반드시 곱씹어야할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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