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타 여성 경찰의 비리사건으로 경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 주인공은 군 장성 비리를 밝혀내 ‘별 떼는 여경’으로 불리던 서울 광역수사대 강순덕(38) 경위. 그는 수배자에게 돈을 받고 위조 운전면허증을 만들어준 혐의로 22일 구속됐다. 특히 경찰 사상 첫 여성 경무관에 올라 회제가 됐던 김인옥(53) 전 제주지방경찰청장이 강 경위에게 수배 중인 사기 피의자를 소개시켜 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표적사정’이라느니,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라느니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의 내막은 무엇인가. 사건은 지난 1996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한남동 갈비집에서 강 경위는 당시 경찰청 소년계장이던 김인옥 청장으로부터 수배중이던 김모(52)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강 경위는 지난 1998년 김씨의 부탁으로 동료 경찰 K 경감의 인적사항을 이용, 김씨에게 위조 운전면허증을 발급받도록 편의를 봐 주었다.또 2001년 5월경 “경찰에 쫓기고 있으니 운전면허증을 재발급해 달라”는 김씨의 부탁에 1,500만원을 받고 위조 운전면허증 재발급을 도와준 사실도 포착됐다. 하지만 강 경위는 김씨를 소개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위조 면허증 발급과 돈 수수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몇가지 의혹을 안고 있다.

의문1. 10년이 지난일… 제보자는 누구인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 사건이 드러나는데는 특정인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항간에는 제보자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수배자 김씨라는 말도 있고, 강 경위를 잘 아는 경찰청 내부 인사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드러날 경우 자신도 중죄를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 김씨가 제보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내부 고발 가능성도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 ‘여성 경찰의 표상’으로 유명한 강순덕 경위와 김인옥 청장은 경찰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함과 동시에 경찰의 위상을 높여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승승장구하는 두 여경들에게 시기심을 가진 경찰 내부 인사가 적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지만, 서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적 단결심이 큰 경찰조직의 특성상 확률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김인옥-강순덕-김씨 3자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관계가 틀어진 것이라는 추정 역시 설득력이 없다. 사건이 불거질 경우 공직자인 두 사람이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김씨 역시 후원자를 잃게 되는 동시에 경찰과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건의 정황을 따져볼 때 제보자는 제3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게 들리는 소문이다.

의문2 강 경위에 대한 ‘표적사정’이 아니냐?

가장 큰 의문은 왜 9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이 사건이 불거졌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는 강 경위에 대한 ‘표적사정’여부와 직결된다. 강 경위에 대한 표적설은 그간 그와 연관된 몇몇 사건들로 인해 신빙성을 더해준다. 군 장성비리 수사로 주목을 받은데다, 지난 2003년 동료직원들과 사담으로 나눈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강금실 법무장관과 관련된 루머’에 대한 얘기가 인터넷에 올라 큰 파문을 일으키는 등 일부 튀는 행동을 한 점이 이 같은 의혹을 더해주고 있는 것. 이들 사건으로 강 경위는 특정세력의 집중 견제를 받게 되었고 그에 대한 모든 부분을 샅샅이 뒤져 경찰에서 제거하려는 음모가 몰래 진행되었다는 것. 강 경위 죽이기 음모에 김인옥 청장은 유탄을 맞은 경우라는 설도 있다.

이번 사건은 겉보기에 경찰 내부비리를 척결하는 자정의지로 비춰질 수 있지만, 현재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독립 문제로 국민들의 지지를 필요로 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로서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위신을 깎아 내리는 것이다. 한편 경찰의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강 경위 사건을 들춰낸 부분은 경찰의 피치못할 사정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현재 강경위는 김씨를 아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범행 사실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당초 김인옥 청장 역시 강 경위와 비슷한 진술을 하다가 일부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은 더욱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 강순덕 경위는 누구?

1986년 순경으로 출발한 강순덕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 4반장은 2003년엔 인천국제공항의 군 발주 공사 관련 첩보를 끝까지 추적, 전현직 장성·장교 6명의 수뢰 사실을 밝혀내 스타경찰 반열에 올라섰다. 이 사건은 김동신 전 국방장관의 수뢰 의혹 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군 안팎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특수수사통’으로 각광받던 그는 2003년 12월 17일 경찰청 구내 커피숍에서 동료 여경 8명과 사담(私談)을 나누던 중 그가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소재로 한 시중의 루머를 입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되어 남대문경찰서 경무과로 좌천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경찰의 군기를 잡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김인옥 제주경찰청장은 누구?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된 김모씨를 강순덕 경위에게 소개시켜준 의혹을 받아 직위해제된 김인옥 제주경찰청장. 그는 경찰 사상 첫 지방청장을 맡으면서 한국 여성 경찰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의 갑작스런 침몰에 경찰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움이 많다.1972년 순경 공채로 경찰의 길에 들어선 김 전 청장은 경찰 60년 사상 첫 여성경무관과 지방청장에 오른 인물이다. 김강자 전 총경의 그늘에 가려 항상 여성 경찰 ‘2인자’에 만족해야 했던 그지만, 2004년 서울 방배경찰서 서장 재임 당시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으로 승진한 이후 명실상부한 여경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김 청장은 생활안전 분야에서 쌓은 전문 경력 등을 인정받아 지난 1월 제주청장에 임명됐으나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5개월만에 ‘추락하는 별’의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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