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의 이름 그대로 도박공화국이야기가 먼 바다 속 이야기처럼 깊어지고 있다. 숱한 이야기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있지만 칠흑 같은 의혹의 바다 속 뚫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필이면 게임기 이름을 ‘바다이야기’로 정한 것이 마치 바다 속으로 빠진 듯한 오늘의 정황을 미리 예언이라도 한 것 같다. ‘바다이야기’같은 사행성 게임기가 불과 2년도 안돼서 무려 6만여 대가 국내시장에 유통됐다고 한다. 이 땅 전역이 234개 시·군·구의 행정단위로 나뉘어졌으니 전국의 시·군·구마다에 평균 250여대 이상의 도박게임기가 설치돼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까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동네 상가 골목마다 몇 집 건너서 24시간 노름방을 개장해온 꼴이다. 특히 정부청사 이전지로 확정돼 거액의 땅값보상이 이루어졌거나, 지역 특수로 돈이 좀 도는 지역에서는 ‘바다이야기’ 한 서너 달만 돌리면 수억대의 대박을 터뜨릴 정도였단다. 반면 패가망신하는 서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심지어 비관 자살하는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체했다. 고작 하는 PC방의 불법 도박 프로그램 단속은 오히려 도박꾼들을 ‘바다이야기’ 도박장으로 몰아주는 효과를 냈을 뿐이다. 서민들 고스톱 판에 판돈 몇 만원만 돼도 적발되면 꼼짝없이 도박사범으로 처벌받게 되는 무서운 법치국가에서 말이다.
온통 나라가 바다 속으로 빠져들자 정부는 ‘비리게이트’아닌 정책적 오류였다고 강변한다. 또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나라 온 거리마다 도박장을 만들어놓고도 권력형 비리 아니라서 부끄럽지 않다는 태도다. 다시 말해 수많은 국민들이 도박에 빠져 가정파탄이 속출케 된 명백한 국정 실패와 난맥이 몇몇이 돈 받아먹은 비리보다 낫다는 논리다. 할 말을 잊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게다. 권력형 비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검찰 수사결과를 두고 볼일이다. 다만 현재 나타난 정황으로 볼 때 권력형 비리로 파헤쳐질 공산도 짙어 보인다. 만약 이번 사태 같은 나라 위기가 항간의 소문대로 권력실세의 비리게이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면 국민감정은 분노로만 끝나지 않을 터이다.
위기는 또 있다.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온갖 의혹 공방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수조원의 상품권이 일거에 휴지조각이 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때 빚어질 서민경제 대란은 진작 예비돼 있었던 것이나 진배없음일 테다. 그런데도 안심할만한 대책이 서있을 리 없을 것이다. 검찰이 또 오락기를 전량 압수키로 했을 때 일어날 적법성 시비와 물리적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바다게이트’의 공포다. 현직 고위법조인의 구속 사태를 몰고 온 충격의 ‘법조비리이야기’도 ‘바다이야기’가 삼켜버렸고 대한민국 역대국방장관과 예비역장교들이 다 일어선 ‘작통권’문제도 바다 저 건너로 밀려나있는 형국이다. 국회의 민생법안 처리문제를 비롯한 국가 현안 전체가 바다에 쓸려가 버린 상황이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바다게이트’의 공포가 밀려든다. 이 정권은 무섭고 희망 없고 불안해서 못살겠다는 민심의 안타까운 소리마저 바다가 쓸어가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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