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이 지난달 24일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진전을 이뤄냈을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무능했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10년, 활력을 못 찾은 10년이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는 김 의장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뉴딜(사회적 대타협)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김 의장의 뉴딜추진은 곳곳이 난관이다. 재계는 경제인 사면요구의 불발로 반발하고 있고, 노동계는 노동자에게 일방적 요구를 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정부가 뉴딜에 부정적이다. 이로써 김 의장의 뉴딜정책은 좀체 햇볕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판에 대통령이 ‘도둑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었다’는 ‘바다게이트’가 연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국을 돌며 ‘100일 민심 대장정’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경기지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서민들 팔아 정권잡고 불쌍한 서민들 피 빨아먹고 나라 거덜내는 패륜아들을 어찌 해야하는가”라고 한탄했다. 손 전지사는 “군사독재에서도 재벌의 돈은 먹었지만 서민들 호주머니를 이런 식으로 긁어내지는 않았다”며 “서민들을 찌들대로 찌들게 만들어 놓고 절망에 빠진 서민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해서 마지막 피까지 빨아먹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지금 전시작전권 회수가 뭐가 그리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라고 나라를 혼란과 불안과 분열로 몰아넣고 있는가”라며 “마치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는 독립운동이나 되는 것처럼 국민을 선동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에 한나라당은 정부에 전시작전통제권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당 소속 의원들의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었다.
그런데 하루 전날 공지됐던 한나라당의 이날 의원총회에는 소속의원들이 절반도 출석지 않았다. 의원수 부족에다 결의안 내용에 대한 논란까지 빚어 결의대회는 내부이견만 노출시킨 채 무산되고 말았다. 이게 현실의 우리 제1야당 모습이다. 지난 10년에 한국야당사는 전통야당의 기질도 포부도 거의 나타낸 적이 없다. 우리는 첫째로 옳은 야당을 잃어버리고만 것이다.
둘째로 철통같았던 우리의 안보의식이 지난 10년 사이 턱없이 소진돼버렸다. 늘 굳건해야할 군의 주적(主敵)개념이 사라졌고, 기강이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져서 잦은 군 일탈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보를 걱정하는 말 몇 마디가 ‘보수꼴통’ 취급받고 안보위험 경고하고 나서면 ‘안보장사꾼’으로 매도당하게끔 됐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주권문제와 연결시켜 이상한 자주론이 나오고 사대주의론이 만들어지고 있는 터다.
셋째로 이 땅이 경제적 박진감을 지난 10년에 다 털어내고 말았다. 분배론을 앞세운 정치권력의 시장개입은 기업의 성장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 또 그에 편승한 이념노조의 너 죽고 나 죽기 식 옥쇄파업이나 노동자천국을 꿈꾼 일부 노조 일탈행위는 산업현장의 생산동력을 여지없이 떨어뜨려놓았다.
이렇게 우리는 지난 10년에 세 가지 엄청난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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