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31지방선거 과정에서 빚어졌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은 박 전대표 개인의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땅 선거역사에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다. 언론을 통해 나타난 박 전대표의 옆얼굴에 아직도 상처자국이 선명했다.
그 모습에서 “60바늘을 꿰맸다니 성형수술도 함께하는 모양이죠.”라고 비아냥거린 글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던 주인공의 경박함이 새로 묻어나는듯했다. 또, 박 전대표가 그처럼 깊은 상처를 부지불식간에 입고도 당시 그런 의연함을 보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했다. 겉보기 가냘프기만 한 여인의 몸으로 말이다.
딸은 엄마를 빼닮는다고 했던가. 32년 전 8·15광복기념 식전에서 고 육영수 여사가 간첩 문세광의 흉탄에 쓰러지던 장면을 40대 이후 나이든 국민들은 어지간히 기억하리라 믿는다.
박 대통령 연설도중 총성이 울리자 혼비백산한 단상의 대한민국 거물(?)들은 머리를 거꾸로 처박아 감싸 쥔 채 제 한 몸 지키느라고 아수라판을 이뤘었다. 그 가운데 한치 흐트러짐 없이 앉아 있다가 목숨을 잃은 육 여사의 당시 의연했던 모습이 오늘 박근혜 전대표를 통해 반추되어 되살아나는 것도 같을 것이다.
피습당해 실려 간 병상에서 내뱉은 “대전은요(?)” 한마디가 일거에 대전시장 선거의 판세를 뒤집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선거판을 한나라당 열기로 들뜨게 만들었었다. 이런 추세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했었다. 이로부터 한나라당 안팎에서 박 전대표의 영향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설명이 필요치 않다.
특히 처음에 당선권에서 밀려 있다가 박근혜 방문유세에 힘입어 당선된 민선 4기 지방장관들이나 한나라당의 적잖은 17대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의리, 즉 박근혜 의리를 무거운 족쇄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그늘 벗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성효 대전시장의 행보는 눈물겨우리 만치 감동적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정치판 인연과 분리돼 무관해질 수 없는 것은 이 땅의 삼척동자도 아는 이치다. 따라서 당심(黨心)이 시정(市政)을 좌우하고 박심(朴心)이 박성효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대전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했을 것이다. 박 대전시장이 전국 어느 한나라당 당선자보다도 절대적으로 박근혜 그늘에 덕 입은 정황을 모를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치적인 인연은 이어나가되 행정에서 당색은 철저하게 배제하는 ‘당·정 분리’의 원칙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감동적이라고 표현해야 적절할 것이다. 신임 정무 부시장 인사에서도 당쪽 추천 인사들을 어렵게 배제하고 소신 발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용기로 평가되기에 조금도 모자람 없는 이런 일들이 자치권 전역에 더 많이, 더 자주 일어나야한다. 옳은 민주주의 발전은 자치제도 확립에 달렸다.
또한 국민의리를 존중하는 것이 최상의 정치행위임에 틀림없다. 정치의리보다 국민의리가 중함을 실천하는 박성효 대전시장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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