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모처럼만에 상쾌하고 속 시원해지는 소식 하나를 접했다. 지난 4월부터 장기 파업사태를 빚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직원노동조합에 대해 학교 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확고히 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합동처장단 회의와 교무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지난 20일 현재 168일째 장기파업중인 직원노조에 그동안 쌓인 임금 40억원을 주지 않고 그 돈을 장학금과 도서관 신축 비용 등으로 쓰겠다고 결정했다. 25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해서 어려운 학생들의 등록금 대출이자를 대신 내줄 계획을 세웠고 나머지 15억원으로는 도서관에 무인도서반납기를 설치하고 내년 초 5층 규모 도서관을 새로 짓는데 보탤 계획이라고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지키겠다는 결의다. 학생들도 이 같은 학교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서울 캠퍼스 총학생회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학생들 피해와 관련, 직원노조를 대상으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해서 사흘 만에 1천 수백명의 학생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에 대한 학생들 반감이 고조돼 있은결과일 것이다.
오래 묵은 체기가 내려지는듯한 소식이었다. 직원노조 파업으로 외국어대는 모든 게 엉망으로 변했다고 한다. 강의실 냉방도 안됐었고 취업설명회가 취소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학교 측이 여간 곤혹스럽고 힘들지가 않았을 것이다. 웬만하면 노조 측과의 합의를 모색해야 할 만큼 압박받는 사정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외국어대는 그 같은 압박과 외적부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무노동 무임금’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법으로 엄연한데도 불구하고, 이 당연한 원칙이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졌다는 소리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노조의 파업투쟁이 빚어지면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각오할 수밖에 없을 뿐더러 기업의 외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회사 측 약점을 노려 노조 측이 벌이는 마지막 단체행동권이 파업수단이다.
이때 회사 측이 처음엔 법에 명시된 ‘무노동 무임금’을 외치다가 막상 파업이 끝나면 무슨 무슨 구실을 달아 밀린 임금을 채워주는 것이 우리 노사 관행이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사업장에서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노조파업에 대해서 사용자측 책임이 적다할 수가 없다. 기업은 손해보고 쪼그라들어도 노동자는 득보게 되는 파업을 마다할 노조가 없을 것이다. 안되면 너 죽이고 내가 죽겠다는 옥쇄파업까지 일으키는 마당이다.
시대상황이 그 같다는 점에서 직원노조 파업사태에 임하는 이번 한국외국어대학교 측의 단호함이 더욱 용기 있어 보이고 상쾌함을 준다. 그렇게 못된 버릇을 고쳐놓으려는 의지가 우리 근로현장 곳곳에서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날이 노조 천국화 돼서 기업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을 깎는데 대해 맞설만한 대안을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
노조 천국화를 이루기까지 정권의 성향에 힘입은 이념노조의 일탈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선 속수무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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