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봄 이 땅에 휘몰아친 ‘노무현 탄핵 역풍’은 그해 4월 15일에 실시한 17대 총선에서 한 살배기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기고만장 할 승리를 안겼었다.
탄핵안을 가결시킨 한나라당이 겨우 박근혜 치마폭에 매달려 제1야당으로 구명도생했었고 민주당은 원내 4당의 초라한 군소정당으로 급전직하하기에 이르렀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민주당의 탄핵주역 조순형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당당하게 국회로 돌아와 있다. 한나라당 주역 홍사덕 전 의원 역시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으면 적전 분열을 피하고 무난한 국회입성을 했을 것이란 아쉬움을 남겼었다.
불과 2년 사이에 민심풍향계가 180°로 급격히 바늘 방향을 바꿔서 벌어진 일이다. 실정과 정책적 오류에 대한 단순 민심이반 현상이 아니었다. 많은 국민들은 4·15총선직후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을 위무키 위한 청와대 만찬 표정에서부터 ‘아뿔사’를 연발키 시작했던 것이다. 만찬장에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부릅뜬 눈에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면서 운동권 노래 ‘임을 향한 행진곡’을 불러대는 386초선의원들의 결기 찬 모습은 나라의 불안을 예고하는 단편적 서막으로 비춰지기에 모자람 없는 장면이었다.
386의 엄호와 주도로 펼쳐진 북한 퍼주기에 든 비용이 북의 미사일, 핵개발 음모에 종자돈이 되고도 남았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북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그 시간까지도 우리 국정원장은 국회에 나와 “전혀 그런 징후가 없다”고 했었다. 또 성능을 자랑하며 쏘아 올렸던 2600억짜리 ‘아리랑위성’은 북의 핵 사진 한 장도 못 찍었다. 2차 핵실험 조짐이 뚜렷한 지금까지 먼저 장소조차 가리지 못해 세 번씩이나 위치추정을 바꿔온 실정이다.
이런 판에 뭣이 그리 급했던지 당일치기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열린우리당 임종인의원은 북측안내원이 ‘미국과의 관계만 정립되면 비핵화 할 것이다. 비핵화는 김일성주석 유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관광안내원의 말을 꼭두각시처럼 되뇌면서 “금강산은 평온했다”는 이 여당의원에게 우리의 분노하고 걱정하는 소리 따위가 대수롭게 들릴 리 만무할 것이다. 철없다고 치부하기엔 나라 존망의 문제가 너무 중차대하고 화급한마당이다.
더 기막힌 일은 이 상황에서도 여야정치권이 내년대선 표 잡기 싸움에만 골몰해 있는 점이다. 김대중씨의 호남방문을 통한 ‘햇볕사수’몸부림을 지켜본 열린우리당이 호남표를 겨냥해서 연일 대북포용정책 사수론을 펴는데 대해서는 당 정체성과 관련해 전혀 이해 못 될 바도 아닐 것 같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별안간 김대중씨 햇볕정책을 현정권의 북한 포용정책과 분리해서 추켜세우는 데는 도무지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다.
김대중 햇볕정책과 그를 계승한 노무현 대북포용정책이 한솥밥으로 취급돼 한나라당 중심의 비판받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한나라당이 ‘노무현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햇볕정책까지도 망쳐놓은 정책’이라며 분명한 분리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호남표만을 의식해서 나라 정치권이 지금 이렇게 한심하고 어이없는 굿판을 벌이는 현실이다. 나라 안 친북좌파진영의 준동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최근 조국통일 범민족 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남측본부가 인터넷망을 이용해 북의 선군(先軍)정치 찬양책자를 팔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직은 국가보안법이 엄연한데 공안당국엔 ‘컴맹’들로 차있는 모양이다.
정치권, 그리고 친북좌파세력들, 어느 분 말대로 ‘이쯤 되면 막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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